지난 2월 8일 방영된 나이지리아 무장반군에 관한 CNN의 특종 기사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실제로 제프 코이난게(사진) 아프리카 특파원이 돈을 주고 상황을 연출한 사실이 폭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발간되는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19일 코이난게 특파원과 밀접한 연락을 취해 왔다는 여성의 제보를 인용해 문제의 보도가 날조됐다고 소개했다. 더>
코이난게는 당시 ‘니제르 델타 해방운동’이란 무장그룹을 동행 취재했다. 이 무장그룹은 유전에서 일하는 외국인과 현지인을 무차별적으로 납치해 살해하거나 돈을 받고 풀어 주는 행위를 거듭하면서 뉴스의 초점이 됐다. 때문에 코이난게가 복면을 한 무장 괴한들에 둘러싸여 총격이 난무하는 가운데 취재를 하는 장면은 전세계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보도 화면에서 무장 괴한들은 코이난게와 CNN 촬영팀을 쾌속정에 태워 인질로 붙잡고 있던 필리핀 근로자들에게 데려갔다. 1월 20일부터 억류됐던 24명의 필리핀 인질은 코이난게의 보도가 나간 지 사흘 뒤 모두 풀려났다.
이에 대해 나이지리아 공보장관은 코이난게와 동행한 무장 괴한들이 고용된 배우이며 촬영 장소도 돈을 들여 세트처럼 꾸민 곳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CNN과 코이난게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의문 제기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그런데 코이난게와 6개월 이상 이메일을 교환해온 마리안느 브리너(66)가 내막을 CNN의 고위층에 지난 달 투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브리너가 이메일을 첨부한 자료를 CNN의 애틀랜타 본부에 보낸 뒤 코이난게는 지난달 29일 CNN을 돌연 사직했고 회사측은 그가 떠난 이유에 관해선 일절 함구했다.
이번에 브리너가 <더 타임스> 에 공개한 메일 중에는 코이난게가 돈을 지불하고 상황을 조작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 포함돼 있다. 더>
코이난게의 이메일에는 “당연히 (비디오 화면에 등장한)몇몇 사람에게 돈을 주고서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CNN 본사의 허락을 받은 것”이라며 “(조작된 보도라 해도)결국은 가치가 있으며 CNN은 자신들이 원하는 뉴스를 갖고 나도 내가 바라던 명성을 얻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올해 41세인 코이난게는 케냐 항공의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언론계에 투신, 로이터 TV와 미국 NBC 등에서 근무했다. 2001년 CNN에 입사, 아프리카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특종 보도를 발굴해 낸 CNN의 스타급 기자였다.
코이난게는 니제르 기근 등의 취재로 에미상을 수상했으며 이라크와 뉴올리언스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내습 특집 보도에도 참여했다.
이정흔기자 vivaluna@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