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내리는 장맛비 속에 평양 땅을 처음 밟은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2005년 2월 2기 부시 행정부 출범과 함께 6자회담 수석대표의 중책을 맡은 힐 차관보가 2년여 간 맺어 온 북한과의 ‘애증의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힐, 주한미군 군용기 타고 떠나
이날 낮 12시 35분께 성김 국무부 한국과장, 톰 기븐스 차관보 보좌관 등 대표단 4명과 함께 소형 제트 수송기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북측 차석대표로도 활동했던 리근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 등 10여명의 북측 관계자들의 영접을 받았다.
공항 대합실 입구에서 힐 차관보를 맞은 리 국장은 “우리 모두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We're all waiting for you)”며 환한 얼굴로 일행을 맞았다. 힐 차관보는 “비행기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We had to work fast to find an airplane)”고 엄살을 부렸지만 표정은 밝았다. AP통신은 “두 사람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친구 같은 모습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은 북측의 급작스러운 초청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힐 차관보는 주한 미 공군 군용기를 급하게 ‘징발’했다. 힐 차관보의 숙소는 2002년 10월 방북했던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묵었던 고려호텔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오후 3시께 힐 차관보의 평양 방문을 발 빠르게 전하는 등 북ㆍ미 회동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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