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100차 국제로타리 대회’가 돌연 취소됐다. 행사를 준비해 온 한국로타리클럽 내부에선 ‘집안 싸움’ 탓에 사실상 개최권을 자진 반납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취소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국제로타리클럽 관계자는 20일 “당초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100차 대회를 한국로타리 측이 준비 소홀을 이유로 포기해 조만간 새 개최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로타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이사회 회의에서 서울대회 취소를 결정했고, 19일 ‘2007 국제로타리 대회’가 열리고 있는 미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긴급이사회를 열어 2009년 대회 장소 변경을 확정했다. 국제로타리 측은 “21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영국 버밍햄, 호주 시드니, 룩셈부르크 중에서 2009년 개최지를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회는 2009년 6월 16~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국내ㆍ외 5만여명이 참석해 열릴 예정이었다. 특히 의미 깊은 100차 대회여서 유치 확정 당시부터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제로타리는 최근 한국로타리에 보낸 서울대회 공식 취소공문에서 ‘준비 소홀’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2007 국제로타리 대회에 참석 중인 이동건 국제로타리 차차기회장(임기 2008년 7월~2009년 6월)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직위원장인 김광태 국제로타리 이사의 서울대회 준비 상황이 미흡해 포기가 아닌 연기를 요청했다”며 “코엑스는 개막식 장소로는 비좁고 자금도 20억원 가량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이후 유치를 추진할 것이며, 다른 나라가 나서지 않으면 2009년에 그대로 치를 수도 있어 포기나 무산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로타리 고위 간부는 “이동건 회장이 국제로타리 이사회에 김광태 이사 대신 다른 사람을 조직위원장으로 임명했으면 좋겠다는 안건을 올렸다”며 “이사회가 김 이사를 그대로 두든지, 아니면 대회를 포기하라고 해 이 회장이 포기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김 이사는 조직위원장으로 격이 맞지 않아 다른 사람이 좋겠다고 했다”며 “김 이사와 함께 세계대회를 준비하는 조직위원들도 연기를 원하는 분위기였고, 17명 중 11명이 국제로타리에 김 이사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국로타리 회원들은 “2년이나 남았는데 준비가 소홀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라며 “의미 있는 100차 대회를 어이없는 이유로 놓친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고 허탈해 했다. 한 회원은 “관용과 봉사를 내세우는 로타리클럽의 망신이자 한국의 이미지 손상”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서울대회 장소로 예정됐던 코엑스 측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코엑스 관계자는 “이미 협의가 끝난 사항이고 설령 5만 명이 한꺼번에 몰려와도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대회 유치를 도왔던 한국관광공사도 울상이다. 200여개 국가에서 5만여명이 모이는 국제 행사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데다, 이미 코엑스 근처 호텔에 8,000여개의 객실까지 가예약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 국제로타리(Rotary International) 클럽은 미국인 변호사 폴 해리스가 1905년 시카고에 창립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민간 자원봉사단체다. 203개국 123만명의 회원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1927년 경성로타리클럽 창립 이후 현재 5만3,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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