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소나무와 송이버섯의 고장 경북 봉화군이 비상하고 있다. 경북은 물론 전국 최고의 오지에 속하지만 자연이 살아 숨쉬는 21세기형 휴먼ㆍ웰빙산업의 중심을 꿈꾸고 있다.
봉화군은 전국 최고의 오지 중 하나다. 10여년 전만 해도 봉화는 대구에서 4시간이 더 걸렸다. 서울-대구보다 더 걸렸다. 광산 몇 개를 빼면 2차 산업도 전무하다.
변변한 공장 하나 찾아볼 수 없다. 1967년 12만1,000명을 넘었던 인구가 최근에는 3만6,000여명으로 급감했다. 인구 감소야 다른 농어촌도 마찬가지지만, 봉화는 더욱 심했다.
이 같은 봉화가 역설적으로 ‘낙후성’을 무기로 비상하고 있다. 봉화는 전국 어느 자치단체보다 풍광이 뛰어나다. 개발이 안돼 인구가 줄었지만, 동시에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과 수려한 경관이 보존돼 웰빙 시대에 최적의 주거 및 휴양지로 각광 받게 된 것이다. 청량산 도립공원과 이나리강의 래프팅, 내성천의 은어축제, 전국 최고품질을 자랑하는 송이버섯축제 등으로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
봉화군이 추구하는 발전 아이템은 춘양목으로 유명한 금강송과 송이버섯, 전원마을 등을 테마로 한 ‘파인토피아’.
이를 위한 봉화군의 첫 사업은 실버촌. 봉성면 외삼리 부랭이마을 12만1,500여평에 951억원을 들여 2009년 완공을 목표로 도시 은퇴자들을 위한 고품격의 파인토피아 전원마을 조성에 들어갔다.
단독주택 47가구를 비롯, 고급 빌라형 아파트 등 모두 561가구의 대규모 은퇴자촌을 조성한다는 것. 시골살이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 보건진료소와 한방웰빙타운이 기본으로 단지내에 들어선다.
클럽하우스와 골프파크 수영장 등 운동시설과 농장 공원 호수공원 산책로 등은 물론 텃밭을 만들어 퇴직금과 연금으로 편안한 노후를 즐기려는 도시민들을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계획으로 봉화군은 지난해 농림부가 주최한 ‘2006 전원마을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벌써 지난해 11월에 전원마을 조성예정지에 46명의 수도권 예비 입주신청자들이 현장을 답사하고 갔다. 봉화군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접수중인 예비신청자는 576가구로 분양예정 가구를 넘었다. 신청자들의 80%는 수도권 거주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봉화군은 연말까지 부지를 매입하고 사전환경성검토와 문화재조사 등 행정절차를 마무리 하고 내년 상반기중으로 정식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군은 물야면 수식리 매봉산 일원에 2009년 완공을 목표로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골프텔, 눈썰매장, 골프아카데미 등 81만여평의 자연친화적인 골프장을 조성하는 등 물 좋고 산 좋은 곳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려는 계층을 유혹하고 있다.
동시에 군은 농촌 빈집을 수리, 도시민들이 정착토록 하는 농촌별장화사업과 지역 중고생들이 주말에 봉화 현지에서 서울 유명 사설학원 강사로부터 주요과목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지원사업 등을 통해 살만한 봉화 만들기에 주력해 호평 받고 있다.
● 엄태항 봉화군수 "고품격 웰빙마을로 탈바꿈 온힘"
"봉화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하위권입니다. 봉화는 전국에서 가장 낙후한 곳 중 하나지만 수려한 자연경관 등을 기반으로 웰빙의 고장으로 도약할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엄태항(59) 봉화군수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려움을 극복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믿는다"며 "다른 지역에서 찾아 보기 힘든 자원을 바탕으로 군 전체를 고품격 전원마을로 탈바꿈하겠다"고 피력했다.
엄 군수는 "중앙고속도로와 36번 국도의 4차로 확ㆍ포장 등으로 과거에 비해 교통이 매우 편리해졌다"며 "대규모 은퇴자촌을 조성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갖춘 전국 최고의 관광ㆍ레저휴양지로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엄 군수는 "아무리 전망이 있어 보여도 남들 다 하는 것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어 봉화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추진하겠다"며 "파인토피아 전원마을과 래프팅체험장, 골프타운 등 체류형 관광벨트를 조성하고 지역통합홍보마케팅에 돌입하고 다양한 인구 늘리기 정책과 농ㆍ축산물가공산업육성 등 공약사업에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약사출신인 엄 군수는 민선 1, 2대 봉화군수를 역임했다. 지난해 다시 민선 4대 군수에 무소속으로 출마, 낙선한 뒤 4ㆍ25 재선거를 통해 3선에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로 전무후무한 민선단체장 5선 기록도 넘보고 있다.
봉화=권정식 기자 kwonj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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