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당국이 과다하게 풀린 돈줄을 죄기 위한 첫 조치를 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1일 3분기 총액대출한도를 2분기보다 1조5,000억원 줄어든 6조5,000억원으로 설정키로 의결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1994년 도입된 총액대출한도 제도는 한은이 정한 대출총액 한도 내에서 은행에 시장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현재는 연 2.75%)로 중기대출자금을 배정해주는, 일종의 중기 지원 정책이다.
총액대출한도를 줄이면 시중은행에 대한 저리 자금의 공급도 줄게 돼 결국 시중자금이 감소하게 된다. 3월말 통화량을 기준으로 추산해 보면 한국은행이 은행에 1조5,000억원의 자금 공급을 줄이면 그보다 약 23.8배인 35조7,000억원 정도의 시중자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시중자금이 줄면 금리는 오른다. 지난해 12월21일 한국은행이 총액대출한도를 1조6,000억원 줄인다고 발표하자 한달 뒤 은행 대출의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0.16%포인트 급등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정도의 금리인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주택가격 급등세가 이어지자, 금리인상 대신 지급준비율 인상(11월) 총액한도대출 축소(12월) 등 통화량 조절정책을 잇따라 사용하며 시중금리를 단기간에 0.5%포인트 이상 인상하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통상 금통위가 한번에 금리를 0.25%씩 인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접 통화량을 죄는 방법으로 금리를 두번 정도 올린 효과를 거둔 셈이다.
올 하반기 1,2차례 금리인상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한은이 또 다시 총액한도대출 축소 카드를 꺼내 들자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리인상이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와 증시 활황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통위가 금리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일단 경고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 적어도 7, 8월 중 금리인상 가능성은 물 건너 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은 고위 관계자는 "총액대출한도 축소 결정은 금리 조정과 상관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금리인상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한편에서는 콜금리 인상에 앞서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함으로써 시장에 적응기간을 준 뒤 다음달 이후 1, 2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려는 사전 포석용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어떤 해석이 맞을지는 이번 조치 이후 금리 변화 추이나 은행의 대출증가 속도 변화에 달려 있다. 금융연구원 김자봉 연구위원은 "한은이 하반기 경기회복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처럼 총액대출한도 축소를 통해 금융시장의 반응을 타진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총액대출한도나 지급준비율 같은 정책은 장기적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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