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차관보의 전격 방북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2ㆍ13 합의 이행을 촉진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BDA 북한자금 문제가 어렵사리 해결된 데 이어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가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은 무엇보다 두 나라의 신뢰 형성에 도움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메우고 싶다”는 힐 차관보의 말처럼 영변 핵시설 폐쇄 등 초기조치 이행이 제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정부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등 남북관계를 적절히 조정해가야 할 것이다.
북한은 2005년 9ㆍ19 공동성명에 합의한 뒤부터 “미국이 진실로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면 6자회담 수석대표가 직접 평양을 방문해 설명하도록 초청한다”고 거듭 밝혔다.
힐 차관보도 당시 북한 방문 의사를 밝혔으나 결국 2년 만에 실현됐다. 3월초 북한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미국 방문에 이어 상호 진지한 협상 의지를 확인하기에 이른 것으로 볼만하다. 북핵 협상의 가장 큰 장애가 양쪽의 오랜 불신인 점에 비춰 그 의미는 각별하다.
그러나 힐 차관보의 방북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에 획기적인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성급하다.
남북정상회담 기대를 부풀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실무책임자의 위상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힐 차관보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더라도 부시 행정부의 선의를 전하고 2ㆍ13 합의 이행을 거듭 다짐하는 선에 머물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의 방북은 영변 핵시설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초기조치 이행을 확실히 하고, 나아가 핵 불능화에 이르는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는 성과를 얻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물론 북ㆍ미 관계 진전에도 불구하고 핵 협상의 장래는 결코 낙관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신중한 자세로 남북관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다만 ‘북한 불신’에 얽매여 변화의 대세를 애써 외면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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