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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를 독버섯처럼 키운 공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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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를 독버섯처럼 키운 공기업들

입력
2007.06.2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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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엊그제 발표한 정부 산하기관 95곳의 지난해 2분기 경영실태를 보면 이런 요지경도 없다. 터무니없이 급여를 인상하고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갈라먹는 것은 물론, 비자금을 조성해 노조간부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경우까지 있었다.

부당한 수의계약을 일삼고 승진을 선심용으로 베풀며 해외지사를 남발하는 등 예산ㆍ조직ㆍ인사의 전 부문에 걸친 ‘비리 백화점’을 연상케한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수십년간 ‘특혜’를 향유해온 의식과 관행이 하루 아침에 고쳐졌다고 믿기 어렵다.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은 2002~2005년 사이에 품질검사 수수료를 140% 인상해 임직원 급여를 58% 올리고 차량운용 보조비도 지급했다. 소비자의 희생 위에서 자신들의 배를 불렸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에 중소기업진흥공단 시설안전기술공단 건설관리공사 요업기술원 등은 ‘특별’이란 이름의 상여금ㆍ격려금 잔치를 벌였고 한국공항공사는 특정 납품업체를 위해 입찰기준까지 고쳐가며 편법 수의계약을 맺었다.

산업기술시험원은 홍보용 달력 등을 제작하면서 가짜 계약서를 만들어 1억8,570만원을 조성한 뒤 원장 활동비와 노조 접대비로 썼다. 가히 엽기적이다.

방송광고공사는 ‘광고산업 글로벌화 지원’이란 해괴한 명목으로 해외지사를 3곳이나 설립하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소속 연구원의 60%가 책임자급인 가분수형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두 115건에 이르는 위법ㆍ부당사례를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숨이 찬다. 그 동안 큰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과 조직에 관심이 집중되는 사이에 이른바 ‘신도 모르는’ 고만고만한 공기업에서 각종 비리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었던 셈이다.

올 4월 공공기관운영법이 시행되면서 공기업의 경영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이런 사례는 앞으로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앞으로 예산편성 시 공공기관의 업무평가 결과를 반영해 반칙과 특혜의 소지를 뿌리뽑겠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벌백계’라는 말과 달리 일을 매번 솜방망이로 처리하니 ‘공복(公僕) 질서’가 확립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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