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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온난화의 수단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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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온난화의 수단 학살

입력
2007.06.2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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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중순 영국의 여성 외무장관 마가렛 베케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석에 앉았다. 15개 이사국이 매달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아 통상 그 나라의 유엔대사가 회의를 주재하는 안보리 관례를 깨고, 굳이 외무장관이 나타난 것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홍수 질병 기근으로 인류는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재앙에 직면할 것이며, 이는 상호의존적인 세계에서 집단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그녀는 또 “지구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이슈를 다루는 안보리 만큼 기후변화 문제를 토의할 적절한 곳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 2004년 2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은 ‘향후 20년 내에 기후변화가 전쟁을 초래해 수백만 명이 희생될 것’이라는 미국 국방부의 비밀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처한 세계 각국이 식량 물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거나 지키기 위해 핵무기 개발 등에 나서면서 지구는 무정부상태의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테러리즘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시 정부 입장과 달리 국방 전략가 그룹은 이미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환경과 에너지 차원을 넘어선 안보 변수’로 인식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안보리 공식의제로 올리자는 베케트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가디언 보도도 큰 반향을 낳지 못했다. 미국이 본래 소극적인데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경제대국, ‘77그룹’ 등 개발도상국, 중동 산유국들이 모두 온실가스 의무감축 등 기후변화 규제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수단 다르푸르 참사의 근본원인은 지구 온난화”라고 분석한 글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해 화제다. 20만 명을 죽이고 200만 명을 난민으로 만든 인종 학살극이 생태학적 위기에서 발생했다는 색다른 해석이다.

▦ ‘목축에 종사하던 북부 아랍계와 농사를 짓던 남부 기독교계 흑인들은 식수와 식량이 넉넉하던 시절엔 서로 왕래하며 평화롭게 살았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지구온난화로 인도양 상공의 열대 몬순이 사라지면서 수단 남부 강수량이 40% 이상 줄었다,

가뭄으로 식수와 곡물이 부족해지자 남부가 북부 가축의 남하를 막아 반목이 시작됐고 2003년 결국 내전으로 비화됐다…’ 하지만 반 총장의 글이 ‘가뭄에 잘 견디는 곡물 개발과 관개기술 전파’를 강조하는 수준에 머문 것은 아쉽다. 온난화 문제를 지구적 안보 차원에서 봐야 진정한 해답이 나온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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