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프로야구 선수들은 여름이면 뱀, 가물치, 개소주, 보신탕 등 각종 고단백 보양식을 챙겨먹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떨어지는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바로 도핑 테스트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시즌부터 전ㆍ후반기 1회씩 도핑 테스트를 실시한다.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에 대한 제재 수위를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선수들은 만에 하나 있을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
6개월의 장기 레이스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에게 여름은 가장 큰 고비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선수들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몸에 좋다는 고단백 보양식을 즐겨 먹었다.
그러나 올시즌부터 보양식의 패러다임이 확 바뀌고 있다. 두산 조성일 홍보팀 차장은 “우리 팀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홍삼원액을 먹는다. 예전에는 뱀이나 개소주 등을 즐겨먹는 선수들이 더러 있었는데 요즘에는 도핑 테스트에 대한 염려 때문에 대부분 먹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팀도 마찬가지. 두산 시절 ‘뱀 애호가’였던 롯데 정수근도 홍삼원액으로 ‘전향’했고, SK 박경완은 홍삼 꿀차를 입에 달고 산다. 현대 마운드의 핵심 장원삼도 시즌 내내 홍삼원액을 먹고 여름에 일시적으로 붕어즙을 마신다. 한화와 LG, KIA는 아예 구단 차원에서 선수단 전원에게 홍삼음료를 제공했다. 개인적으로 보양식을 챙겨먹는 선수는 없다는 설명. ‘기록의 사나이’ 삼성 양준혁, 동갑내기 거포 롯데 이대호와 한화 김태균은 한결같이 ‘밥이 보약’이라는 지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초 8개 구단 선수들을 대상으로 도핑 교육을 실시한 이종하 경희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보양식 자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규정한 금지성분목록이 워낙 모호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선수들은 철저한 예방 차원에서 안전한 홍삼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교수의 설명대로라면 홍삼이나 개소주나 별 차이가 없는 셈.
도핑 테스트가 불러온 새로운 ‘보양 문화’가 혹서기를 맞는 프로야구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양준호 인턴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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