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성년 농민공(농촌출신 일용직 노동자)은 물론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한 강제 노동 착취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인권 침해와 노동 착취 등 경제 성장의 검은 그림자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18일 미성년자들을 고용해 노예처럼 일을 시켜온 산시(山西)성 홍통(洪洞)현의 벽돌공장 업주 헝팅한(衡庭漢)을 구속했다고 전했다. 최근 헝팅한은 미성년자 노동착취의 대명사가 된 인물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작은 광산과 벽돌공장 등이 몰려있는 산시성과 허난(河南)성에서는 헝팅한과 같은 업주들이 18세 이하 미성년자와 성인 농민공을 고용한 뒤 16시간 이상 노동을 시키면서 야간에는 사냥개를 풀어 이들이 도망가지 못하는 게 하는 등 노동착취를 일삼았다.
헝팅한이 운영한 벽돌공장에서만 31명의 노동자가 노예상태에서 구출됐고 1명은 구타로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공안(경찰)당국은 산시성의 1,039곳의 벽돌공장, 658곳의 광산, 115곳의 제련공장에 대한 수색을 벌여 노예노동을 하던 374명의 성인 농민공과 미성년자 10명을 구했다. 중국 언론들은 산시성, 허난성 일대의 수사로 노예노동으로 시달리던 50여명의 미성년자와 500여명의 성인 농민공을 구출했지만 산시성에만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미성년자가 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악덕 업주들은 아침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노동자에게 일을 시키고, 일을 게을리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무차별 구타를 가했다. 특히 일부 노동자들은 업주들의 가혹행위로 다리가 잘리기도 했고, 몇몇 노동자들은 구타를 당한 후 산채로 매장됐다. 노예 노동에 시달려왔던 노동자들은 세끼 식사로 물과 만두만을 제공받았고, 땅바닥에서 자는 등 노예 취급을 받았다.
특히 노예 노동은 감독기관 등 관청의 묵인 하에 자행된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개시되기 전 일부 부모들이 어린 자식들을 벽돌공장 등에서 구해낼 당시 “나도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는 다른 어린이들이 많았지만 현지 경찰은 “본인 자식만 데려가라”며 제지했다고 한다.
악덕 업주들은 인신매매업체로부터 500위안(6만원)에 노동자들을 사거나, 고임금을 주겠다는 허위 광고를 통해 농민공과 어린 노동자들은 모집한 뒤 1달 임금으로는 식비, 주거비 등을 공제한 300위안(3만 6,000원)안팎을 지불해왔다.
이번 사건은 허난성의 아버지들이 벽돌공장에서 노예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구해 달라고 호소문을 인터넷에 올리고, 지역 방송국이 이를 실태를 방영함으로써 표면화됐다. 이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엄정 처리를 주문하면서 중국 사회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세계 노동조합 연합인 플레이페어가 최근 베이징올림픽 공식 모자, 가방, 문구류 등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서 아동 노동 착취 등이 자행되고 있다고 고발한 데 나온 것으로 중국의 이미지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