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로 변한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에서 대탈출극이 벌어지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25일자)에서 고급두뇌들이 먼저 떠나는 가자지구를 ‘석기시대’에 비유하고, 140만 주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전했다.
9일 이후 하마스 세력의 공격으로 폭력에 휩싸인 가자지구에선 난민캠프도 안전하지 못하다. 유엔난민구제사업국(UNRWA)마저 공격받아 폐쇄되면서 구호 식량은 몇일 분밖에 남지 않았다. 실업률이 50%에 달했던 가자지구는 작년 하마스의 내각 장악 이후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이스라엘로부터의 세수가 끊기면서 작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999년의 40%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올리브나무 조각과 진주 기념품이 주력산업일 만큼 산업은 황폐해졌다.
하마스 지배하의 가자의 미래는 더 불투명하다. 하마스를 고립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이스라엘의 파상적 군사공세가 불가피한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는 “가자의 상황은 소말리아 모가디슈보다 더 나쁘다. 아파치 헬기가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를 떠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보면 당연하다. 한 관광사 직원은 가짜 비자서류를 만들어달라는 전화가 하루 50통씩 걸려온다고 전했다. 위조비자 시장은 3개월 사이 두배로 팽창했다. 탈출하는 주민들이 1948년 이스라엘 독립전쟁 당시 난민 출신이란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각각 180만, 40만의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한 요르단과 레바논을 비롯한 인근 국가들은 더 이상의 난민 수용을 꺼리고 있다. 때문에 탈출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부유층, 고등교육자 등 ‘있는 사람’으로 제한되고 있다. 이집트에 24만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비자를 받은 한 기업인은 “돈이 있으면 떠나고 없으면 남아야 한다”고 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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