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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기업 매각과 기술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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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기업 매각과 기술유출

입력
2007.06.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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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LCD 3위 업체인 비오이 하이디스. 2003년 중국 비오이그룹에 팔린 이 회사가 최근 법정관리를 받게 된 뒤 재매각 작업에 들어간 것은 채권단의 핵심산업 매각과 관련해 중요한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비오이그룹은 하이디스 내부자금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한 후 수년 전 LCD 호황 당시 매년 수백억원을 과실송금했다. 하이디스 기술진을 중국으로 보내 다양한 LCD 특허를 갖고 있던 첨단기술을 곶감 빼먹듯 빼내갔다. 중국에 기술을 전수해준 200여명의 연구 인력은 토사구팽 당해 해고됐거나 실직상태에 있다.

비오디 하이디스의 처리 과정은 채권 회수에 급급한 금융회사들이 무원칙하게 전략산업을 매각할 경우 해당 기업이 어떻게 처참한 말로를 겪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회와 재계는 요즘 기간산업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할 때 일정한 규제를 가하는 문제를 본격 논의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은 기간산업이 외국자본에 공격 당할 경우 경영진에게 황금주 등 방어용 무기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경제부처는 외국인투자 감소를 우려,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인수합병 시장에 나올 알짜 기업의 처리과정에서 더욱 불거질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채권단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적용을 받은 기업들은 출자전환과 부채탕감을 바탕으로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매물시장에 나올 기업들은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뜨거운 ‘러브 콜’을 받고 있다.

공적자금 혜택을 받은 은행들이 워크아웃 기업 매각에서 채권 회수를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리하게 강행된 매각으로 많은 폐단이 발생한 만큼 향후 기업 매각과정에서는 기술유출 등 부작용이 없는지도 따져야 한다.

예컨대 대우조선 매각 과정에서 국적 불문하고 입찰 금액만 보고 새 주인을 결정한다고 예상해 보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대우조선의 기술력을 탐내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가 매각 예상가(5조~6조원)를 훨씬 웃도는 10조~15조원을 써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중국 업체가 대우조선을 품에 안을 경우 단숨에 한국과 대등한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다. 중국업체가 하이닉스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세계 D램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당장 위기를 맞게 된다.

재계를 걱정케 하는 것은 채권 회수만 중시하는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매각만이 아니다. 민영화 예정인 금융회사가 외국자본에 팔리면 주요 기업들에게 비상이 걸리게 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삼성 LG 포스코 등 주요 그룹의 주채권은행이다. 론스타가 재매각하려는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하이닉스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들 은행이 외국계로 넘어갈 경우 핵심 기업들의 연구개발 로드맵 및 마케팅전략 등 중요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이 있다. 기업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주주 자격으로 경영자료를 요구할 경우 안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외자를 배격하는 것은 수출과 대외개방으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의 특성 상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전략산업이 외국 ‘먹튀 자본’에 팔려 국내업체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기업을 매각할 때 채권을 회수하고 전략산업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해법이 도출됐으면 한다.

이의춘 산업부장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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