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송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에 송금중개 은행이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정식 외교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북한자금 송금이 러시아 중앙은행과 극동상업은행을 거치는 막바지 중개 단계에서 며칠간 지연된 것은 러시아 정부가 ‘면책 각서’를 정식 외교문서로 해줄 것을 요구, 미국이 이를 수용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미국은 당초 BDA 문제 주무 부처인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 명의의 면책 서한을 보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나중에 러시아가 외교문서를 요구하는 바람에 재무부가 아닌 국무부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전달된 외교문서에는 국무부 직인은 찍혀 있으나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의 서명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정식 외교문서를 요구한 것은 면책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국가 대 국가의 합의’라는 보다 고차원적인 성격으로 격상시키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임으로써 러시아는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정부간 문서로써 자국의 은행을 보호할 수 있게 됐고 BDA 북한자금 송금 과정에서 부각됐던 걸림돌은 최종 제거됐다.
그러나 미국이 BDA 문제 해결을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취한 것에 대해 북한자금 송금허용을 법 집행 원칙훼손이라며 공격해온 의회 내 강경파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는 속단키 어렵다.
앞서 국무부는 러시아의 협력으로 북한자금 송금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중국측에도 똑 같은 방식의 협조를 요청했으나 중국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BDA에 대한 미측의 제재를 철회해 줄 것을 일관되게 요구했으나 이를 둘러싼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중국의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방식의 해결에도 비협조적 자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BDA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북한자금 송금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미중 간 갈등의 소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