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잡지가 ‘혼(婚)테크 잘하는 법’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한 마디로 어떻게 하면 백마 탄 왕자를 만날 수 있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잡지는 예쁜 일러스트까지 곁들여서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남성에게는 친구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가야 하고, 땅 부잣집 아들에게는 성형수술로 완벽한 얼굴과 몸매를 만든 뒤 튕기는 듯한 도도함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돈 많은 집 아들을 만나려면 유학을 가거나 유학생들이 자주 가는 술집을 노려야 한다는 친절한 소개까지 덧붙였다.
요즘은 결혼을 하나의 재테크라는 의미로 ‘혼테크’라고 부르고, 또 이를 부자가 되는 다양한 길 중 하나로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잊은 것이 아닐까. 사랑 없이 돈만 보고 하는 결혼이라는 것이, 동화 속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같은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L원장은 실력 뿐 아니라 재력으로도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다. 출신배경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화려한 집안이다. 그의 병원은 날로 번성해, 웬만한 기업체 못지않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L원장의 부인은 행복할까. 아들 하나를 둔 부인은 가정부를 두고 있어서 집안 살림은커녕 손에 물 한 방울 묻힐 일이 없다. 호텔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린 뒤, 유명하다는 피부클리닉에서 마사지를 받는 것이 그녀의 주요한 일과다. 사는 게 이처럼 여유가 있다 보니 몸매나 얼굴도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인다. 뭇 여성들이 보기에 어느 것 하나 부럽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어느 집안에나 고민거리가 없을 수는 없는 법. 남 부러울 것 없어보이는 그녀는 벌써 10년째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다. 집안 좋고, 능력 있고, 얼굴까지 잘 생긴 L원장 곁에 여자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요즘 그녀의 유일한 소원은 남편과 알콩달콩 사랑하며 살아보는 것이다.
스스로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대신, 돈 많은 남자에게 묻어가려는 ‘혼테크’에는 L원장의 부인처럼 엉뚱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행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결혼으로 행복을 찾느니, 차라리 재테크와 결혼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한 정 대우증권 압구정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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