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 동포단체인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일본에서의 활동거점을 잃어버릴 위기에 직면했다.
도쿄(東京)지법은 18일 조총련에 부실채권 627억엔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의 1심 판결에서 원고 정리회수기구의 손을 들어주며 전액 반환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또 향후 상급 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정리회수기관이 차압 등을 통해 조총련으로부터 자금회수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집행을 인정했다.
이로써 정리회수기구는 조총련이 변제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 실력 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재판 직전 조총련측은 위장매매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파문을 일으킨 중앙본부 토지 및 건물에 대한 매매계약을 정식으로 해약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심장부인 중앙본부에서도 쫓겨날 수도 있게 됐다.
정리회수기구는 현재 조총련 중앙본부와 지방본부, 조선학교 등 30개 시설 중에 9개 시설에 대해 차압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로 나머지 21개 시설에 대해서도 압류 등 실력행사를 할 수 있게 돼 조총련의 활동거점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 1990년대 후반 파산한 조총련 산하 신용금고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정리회수기구는 그 중 600억엔 이상이 실질적으로 조총련에 융자됐다며 2005년 전액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조총련 동포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조총련측이 융자받은 사실을 인정해 왔기 때문에 패소는 예상해 왔지만, 전액 반환에 압류처분까지 붙은 판결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총련측은 판결 직후 “조총련 조직을 말살하기 위한 정치적 음모”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향후 초점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중앙본부에 대한 압류 실행 여부이다. 일각에서는 정리회수기구의 속셈은 조총련으로부터 될 수 있는 한 많은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게 원칙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출되지 않은 재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조총련측이 얼마나 성의를 보이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사관 역할을 해왔던 조총련 중앙본부의 성격을 고려하면 무턱대고 압류조치를 취하지는 못하리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납치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앞으로도 조총련을 최대한 압박해 가면서 북한에 양보를 요구하는 대북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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