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산업화가 유럽의 바다들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리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팽창과 경제성장이 불러온 해안 개발, 남획, 환경오염 등으로 몸살을 앓는 바다가 있는가 하면, 아시아로의 중공업 이전으로 질병의 악몽을 덜어낸 바다도 있다.
BBC 방송은 15개국 100여명의 과학자들이 EU 기금을 받아 작성한 ‘유럽인의 생활방식과 해양생태계’ 보고서를 인용, “유럽의 지역해들이 가속화된 해안개발과 수송, 식량 생산 방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북해, 흑해, 발트해, 지중해 등 유럽을 둘러싼 4개 바다를 중심으로 인간활동이 지역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의 초점은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는 서식지 변화, 부영양화, 화학 오염, 어획의 네 가지 이슈에 맞춰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EU 회원국이 27개국으로 늘어나고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진 것은 바다에는 치명적 재앙이었다. 경제적 풍요로움은 지중해 해안가를 따라 리조트와 주말용 별장의 엄청난 증가를 불러왔다. 육류 수요 증가는 더 많은 비료의 사용을 초래했고, 이는 대륙의 바다로 흘러드는 상당수의 수로와 강에 유입됐다.
북해는 어류 남획이 해안 조류의 개체수에 영향을 끼쳤으며, 선박 운항의 증가로 새로운 항만들이 건설되고 항법 채널들이 준설되면서 해양 생태계가 손상됐다. 흑해는 생활방식의 현대화로 인해 생태계가 붕괴된 데다 적조현상까지 발생했다. 지중해는 해안개발과 남획이, 발트해는 남획과 산업용수 유입으로 인한 부영양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잘못된 이유’로 인해 환경이 개선된 곳도 있다. 북해는 중국과 인도로 중공업 부문이 옮겨감에 따라 해양 생태계가 현저하게 좋아졌다. 하지만 유럽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은 이 같은 ‘오염의 세계화’가 중국과 인도에서는 심각하게 부정적 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이는 일시적인 ‘조삼모사’에 지나지 않는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플리머스 대학의 로렌스 미 교수는 “해양오염의 위협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대륙의 지역해는 훨씬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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