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은 뒤 환호하며 마운드에 몰려든 그들은 더없이 당당했다.
17일 서울 장충리틀구장에서 막을 내린 제1회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배 전국여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나인빅스(서울)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나주대 선수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보람과 희열에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여자로서 남자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야구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국여자야구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을 함께 한 주역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 3월 창단한 나주대는 그 동안 열악한 상황에서 훈련을 해왔다. 여건이 되지않아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손발을 맞춰야 했고, 인원도 10명 밖에 되지 않았다. 학교에 재학 중인 선수는 절반 밖에 안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투수 박금주(23)가 결승까지 3경기 동안 15이닝을 혼자 던졌고 야수들도 교체 없이 매 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그들은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냈고, 결국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나주대는 구원 투수 박금주의 4와3분의1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와 홈런 3방을 앞세워 13-3 대승을 거두고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팀의 3승을 모두 책임지며 타석에서도 홈런 3방을 터트리는 원맨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박금주는 경기 후 “홈런을 쳤을 때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주대 이경훈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맹훈련을 해왔다. 그러나 워낙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해 값진 우승을 일궈낼 수 있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승택기자 lst@hk.co.kr김두용 인턴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