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랑하는 일은 업(業)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 있다. 김효근 이화여대 국제교류처장(47ㆍ경영학과 교수)이 그런 경우다. 김 처장은 국내에 '지식경영' 개념을 도입, 경영학계의 중견 학자로 우뚝 섰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정말로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했다.
최근 나온 가곡 모음 음반 <이달의 새 가곡_그리움 하나 멈추어 서면> 엔 그가 만든 2곡이 담겨 있다. 지난달엔 발표회도 열었다. 최고를 다투는 전문 작곡가들의 작품 사이에 일반인이 만든 가곡이 포함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달의>
"중2 때 우연한 기회에 합창단 지휘를 맡으며 음악에 매료됐어요. 음대 진학을 꿈꿨지만 주위의 반대로 접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음악에의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김 처장은 전공수업 외엔 대부분 음대 수업을 들으며 작곡 이론을 배워나갔다. 전공은 B학점이어도 음대 수업만은 모두 최고학점(A+)을 받았다. 직접 작사ㆍ작곡한 <눈> 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눈>
김 처장은 대학교 3학년이었던 1981년 제1회 'MBC 대학 가곡제'에서 <눈> 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음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음악 전문가들은 "음대생도 아닌 경제학과 학생이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었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눈>
김 처장은 팬레터도 많이 받고 인터뷰도 하면서 정신없이 2년을 보낸 후 85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92년 귀국, 대학 교수로 지내다 3년 뒤 음악계 인사와 다시 연락이 닿아 새 곡을 발표할 때까지 10년 간은 음악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그 사이 <눈> 은 수많은 성악가들이 애창하는 히트곡이 됐고, 중ㆍ고교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영광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눈>
김 처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신 지식인'이라는 말을 창안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쉬움은 지금도 여전하다. "원래는 우리 사회를 '지식공동체'로 바라보고, 개개인이 지식을 다루는 문화를 발전시키려는 개념이었어요.
정치적 구호로 사용되면서 생명력이 죽어버렸죠." 그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기록ㆍ축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지속가능한 진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김 처장은 아마추어 합창단을 만들어 음악사랑을 타인들과 나누는 게 꿈이다. 은퇴 후엔 '감동적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용 음악 작곡도 계획 중이다.
"소년 시절 열병을 앓을 만큼 음악을 사랑했는데 결국 다른 길을 걷게 됐어요. 하지만 그 때문에 지금까지도 부담 없이 계속 사랑할 수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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