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ㆍ이해준 옮김 / 지식의날개 발행ㆍ104쪽ㆍ10,000원
“기업 권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제에 미래는 없다.”
지난해 4월 세상을 떠난 미국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 남긴 마지막 경고다. 그는 <풍요한 사회> , <불확실성의 시대> 등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를 비판하고 개인의 자유보다 공공(公共)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경제의 진실>은 이 같은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현대 사회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거대 기업에 주목한다. 불확실성의> 풍요한>
갤브레이스의 유작인 이 책은 에세이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는 사회적 통념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 기업의 사기 행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죄없는 사기’(innocent fraud)라고 칭한다.
그는 자본주의를 ‘시장체제’로 부르는 것은 ‘죄없는 사기’라고 주장한다. 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자본주의는 자본가의 지배와 노동자의 착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었다.
이는 결국 러시아에서 혁명을, 20세기 초반 미국에서는 대공황을 촉발시킨다. 당시 자본주의는 상인 자본주의, 금융 자본주의라는 명칭으로 경제ㆍ정치적 권력을 행사한 이들을 지목한 것이다. 반면 현재의 자본주의는 거대 기업들이 ‘시장체제’라는 명칭을 통해 자신들이 갖고 있는 권력의 실체를 감추고 있을 뿐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그의 눈에는 ‘소비자 주권’이란 말도 사기이다. 거대 기업의 광고가 소비자의 선택을 지배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또 기업에서 관료제의 폐해를 들먹이며 ‘시장 자율’을 요구하는 것도 거대 기업 조직 자체가 관료적인 상황에서 대중을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
갤브레이스는 사기 행위의 이면에는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과 기업의 부에만 몰두하는 기업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 권력은 미국에서 현재 민간 부문을 넘어 공공 부문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전쟁이나 국가의 환경, 조세 정책을 좌우할 정도가 되어 통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에서는 갤브레이스의 명확한 해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 비판은 대기업과 재벌 총수의 권력이 상당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곧 미국 거대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게 될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