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언론 등 기득권 세력이 “노무현 정권이 무능해 경제를 파탄 내고 국정의 총체적 실패를 초래했다”며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바람에 저도 약이 올라 최근 험한 말을 많이 했습니다만, 참여정부라고 왜 과오나 시행착오가 없겠습니까.
낡은 제도와 잘못된 관행을 혁신하면서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 국민들을 편하게 해 주려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솔직히 아쉽고 못 다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선거 때 내놓은 연 7% 경제성장과 연간 일자리 50만개 창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그래도 임기 초 나라를 또 한번 결딴낼 수도 있었던 카드대란 및 신용위기를 잘 극복하면서 단기적 경기부양 유혹을 뿌리치고 경제의 기초체력과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고 자부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어려움과 가계의 고통이 어느 때보다 컸던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정착되는 과정에서의 진통은 일정 부분 감내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사회투자 등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 수도권 규제 완화냐 강화냐 하는 소모적 논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은 이제 시대정신입니다. 제조업과 함께 금융 물류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주변국이 부러워하는 동북아시대의 주역으로 우뚝 서고, 반칙과 특권이 사라진 곳에서 모든 계층이 성장의 과실을 공평하게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입니다.
정부가 저항과 부작용을 무릅쓰면서도 부동산시장 안정에 올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밤잠을 설치며 경제를 챙기고, 장ㆍ차관이나 참모진을 지쳐 쓰러질 정도로 몰아붙인 이유입니다. 그 성과는 정부가 펴낸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 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적어도 지표 상으로는 올라갈 것은 올라가고 내려갈 것은 내려가고 있습니다. 있는>
공이 있으면 과도 당연히 있을 것입니다. 우선 4년여 동안 수출 호조, 내수 부진의 ‘반쪽자리 경제’를 극복하지 못해 성장이 평균 4% 초반에 머무른 것은 불만스럽습니다. 또 신규 일자리가 올해 목표인 30만 개에도 못 미쳐 수많은 청년층이 사회진출 기회를 차단 당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우리 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과거의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고용 없는 성장이 세계적 고민으로 대두되긴 했지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올해 말이면 1인당 국민소득이 평균 2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나 양극화 심화로 인해 그 혜택을 전혀 맛보지 못할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생각하면 민망합니다.
저성장으로 세수기반은 날로 취약한데 복지 교육 환경 연구개발 등 국가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곳은 많다 보니 재정여건은 갈수록 빠듯합니다.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수도권신도시 등 지방 균형발전과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 지불해야 할 비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투기 광풍과 금융권의 방만한 대출이 합작해 만든 부동산 과열이 초래한 가계부채 급증은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경제의 거울이라는 주가가 올라 분위기는 좋지만, 한편으론 과잉 유동성에 따른 자산거품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나마 냉골 같았던 경기에 온기가 도는 징후가 뚜렷하고 국내외 전문기관들도 하반기 경제를 밝게 보고 있으니 위안이 됩니다. 그러나 체감경기가 좋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더구나 요즘 기름값 때문에 서민들이, 환율 때문에 기업들이 몹시 힘들어 하는 것을 잘 압니다.
정부가 최대한 지원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다만 섭섭한 것은 야당이 참여정부의 공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난만 일삼으며 감세 등 듣기 좋은 말만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잘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열린 6ㆍ10 항쟁 20주년 기념토론회의 부제는 ‘상상변주곡’이었다. 항쟁의 의미를 재평가해 발전적으로 계승하자는 뜻일 게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끊임없이 논란을 빚고 원로 시인마저 그 화법을 꾸짖는 세상이기에, 그가 최근 격정적으로 쏟아내는 말을 변주곡으로 재구성해 봤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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