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맹렬히 폭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 대통령이 손 전 지사에게 공격성 발언을 시작한 것은 3월 말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다음날부터다. 노 대통령은 손 전 지사를 '보따리장수'라며 깎아 내렸고, 5월에는 "탈당은 경선회피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이달 들어서는 손 전 지사를 '그 양반'으로 지칭하고 '범여권으로 분류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거친 어휘로 두 차례나 공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범여권은 대통령과 정치적 관계가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해야 하는데 손 전 지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 것일 뿐 다른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범여권 주자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손 전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깝다. 손 전 지사가 유신시절 학생운동을 하고 이후 재야에서 활동하며 김 전 대통령과 맥이 닿는 정치 궤적을 갖고 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도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계승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탈당 후에는 동교동을 직접 찾아갔다. 더구나 손 전 지사는 김근태 전 우리당 의장 등 정통 재야세력들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기도 하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과 별반 정치적 인연이 없는 대선주자가 여권 주자로 커가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다. 단순히 친소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대선 과정과 그 이후에 친노 진영의 소외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범여권에서 친노 주자를 세우기 위해 먼저 손 전 지사를 치고, 마지막 남은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을 무너뜨리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손 전 지사의 선제공격이 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도 있다. 손 전 지사는 지난해 10월 "노 대통령은 거의 송장, 시체가 다 돼 있는데 비판해서 뭐 하느냐"고 말했다.
또 3월 탈당 기자회견에서도 '무능한 좌파'라며 사실상 현 정부를 겨냥했었다. 당시 노 대통령이 인간적 배신감과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하는 측근들이 많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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