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지적한 미 국무부의 연례 인신매매 보고서는 착잡한 느낌을 갖게 한다. 미국이 세계 각국의 인권 실태를 평가하는 권위를 누릴 만치 도덕적 사회인지 회의하면서도,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현실은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국무부 인권보고서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과는 별개로, 우리의 그릇된 행태와 정책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무부 보고서는 동남아 여성들이 국제결혼 형식으로 인신매매되는 실태를 고발하면서, ‘베트남(여성)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고 쓴 한국 알선회사의 거리 현수막을 부각시켰다. 우리 여성ㆍ시민단체들이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진정한 이런 광고는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이 온통 인신매매 성격을 지닌다는 인상을 줄 만하다.
물론 극단적 내용의 광고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과장이라고 반박하기에는 스스로 낯 뜨거울 정도로 무도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계속되고 있다.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 몽골 등지로 단체 관광하듯 몰려가 쇼 형식의 ‘신부후보 전시회’에서 상대를 고른다는 보고서의 지적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또 이렇게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이 사기행각에 속아 성매매 또는 강제노역에 시달리거나, 기대와 크게 다른 열악한 생활여건에서 고통 받는 사례도 많다.
이주여성 문제에 사회가 점차 관심을 기울이고 정부도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우리사회의 국제결혼은 한해 4만 건에 이르고, 70%가 동남아 여성과의 결혼이다. 특히 상대 남성이 대부분 형편이 어려워 잦은 혼인파탄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이를 사회 구석진 곳의 문제로만 여기는 것은 사회 전체의 건강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보고서가 국제결혼 문제와 나란히 한국 남성의 동남아 섹스관광을 집중 조명한 것도 새삼스럽지만 참담하게 여길 일이다. 과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남성들의 추악한 행각의 피해자인 우리사회가 이를 추종하는 천박함을 비웃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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