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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송혜교 화보 아트디렉터 심우찬 "패션사대주의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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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송혜교 화보 아트디렉터 심우찬 "패션사대주의 아쉬워요"

입력
2007.06.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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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대주의가 우리 사회에 엄존한다는 반증이죠. 다만, 송혜교씨 화보가 갖춘 아름다움이 희석되는 것은 좀 안타까웠어요.”

패션칼럼니스트이자 컨설턴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심우찬씨가 송혜교 패션잡지 화보 논란(본보 5월 25일자)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 심씨는 아트디렉터로서 라이선스 패션잡지 <보그> 한국판의 송혜교 커버 촬영을 총괄 지휘한 인물이다. 이번 화보에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테판 마레, 사진작가 파올로 로베르시,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과 작업할 때도 오직 두사람만 스튜디오 출입을 허용할만큼 까다롭기로 유명한 헤어스타일리스트 줄리앙 디스 등 세계적인 패션 전문가들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심씨가 지난 20년간 파리에 체류하며 쌓은 인맥의 힘이 발휘된 덕이다.

심씨는 평소 라이선스 패션지들이 해외 톱모델이나 할리우드 스타들을 표지 얼굴로 고집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도 “매우 비판적”이라고 입을 뗐다. 잡지 경영진의 보수성이나 사대주의적 사고가 만들어낸 슬픈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언젠가 친하게 지내는 <보그> 프랑스판 에디터가 ‘너희는 왜 자기나라 모델이나 배우를 표지에 안쓰니?’라고 묻는데 비록 농담조였지만 얼굴이 화끈거렸죠.”

심씨는 “이번 황진이 컨셉트 화보의 경우 워낙 세계 패션계의 거물들과 작업한 드문 경우이고, 우리 전통의상을 소개하는 기회였기 때문에 다행히 커버로 올리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한류가 동남아시아를 휩쓰는 문화상품이 된 마당에 우리도 우리 배우나 모델, 패션에 대해 좀 더 자긍심을 가져야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소위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쓴다는 일본 사람들도 정작 명품이라는 단어를 쓰지않습니다. 그냥 무슨 무슨 브랜드라고 부르죠. 해외 수입브랜드는 무조건 명품으로 둔갑하고 초등학생들까지 구찌 휴대폰줄을 끼고 다니는 우리의 ‘명품 망국병’도 근원은 서양 것이면 무조건 떠받드는 풍조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를 통해 한복의 멋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서 황진이 컨셉트 화보에 공을 들였지만 심씨는 “정작 영화를 보고서는 다소 아쉬웠다”고 말한다. 클로즈업이 빈번해 정구호 디자이너가 가구 경첩 색깔까지 고려하며 만들어낸 섬세한 영화의상들이 제대로 보이지않더라고. 한류전도사를 자처하는 사람으로서 한류와 패션이 손잡고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었는데 아깝게 됐다는 탄식이 들어있다.

“패션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판타지이고 이 판타지를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입니다. 패션을 허영이거나 혹은 상류문화로 나누는 편견을 버리고 하루빨리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해요. 한류에 대한 흥분이 식어간다지만 패션에 관한한 한류는 지금부터 시작이거든요. 세계적으로도 정평을 얻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패션감각을 모방하려는 심리가 아시아권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는 해외 고가 브랜드들이 테스팅 마켓으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잖아요.”

‘패션계의 마당발’이자 누구나 그를 알지만 아무도 그를 온전히 알지는 못하는 심씨는 올 가을께 청담동 패션가의 이면을 담은 책 <청담동 여자들> (가제, 나무와숲 출간예정)을 통해 국내 패션계를 한바탕 흔들어 놓을 작정이다.

집필에 몰입하고자 지난달엔 서울에 오면 늘 머물던 청담동을 떠나 한남동 리움미술관 맞은 편에 개인 사무실도 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청담동에 있을 때는 눈 감았던 패션계의 치부들을 비교적 담담하게,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세계적인 패션사진작가 피터 린드버그를 비롯 다양한 작가들이 참가한 송혜교 화보집도 작업을 마친 상태다. 심씨는 “나만의 경험과 인맥을 통해 한국패션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일을 계속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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