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 관련 행사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주한 프랑스 대사의 연설도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름하여 ‘프렌치 아페리티프 축제’.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형형색색 아기자기한 장식이 가미된 갖가지 음식에 눈이 가기도 전에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발걸음을 멈칫하게 한다. 아니, 고상한 프랑스 요리 행사장이 웬 시장통?
“아페리티프요? 한마디로 화기애애함이죠.”
7일 프랑스 요리 전문교육기관 르 꼬르동 블루 숙명아카데미에서 열린 ‘프렌치 아페리티프 축제’. 기념사를 위해 참석한 필립 티에보 주한 프랑스 대사의 이 한마디에 의문은 금세 풀렸다. 흔히 ‘식전에 마시는 가벼운 술’로 해석되는 아페리티프는 영어의 애피타이저와 비교되곤 하지만 이는 프랑스 요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아페리티프는 한 잔의 술과 가벼운 음식을 즐기면서 친구나 동료와 나눔의 정을 공유하는 순간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즐기는 이 자체가 바로 아페리티프인 셈이지요.”
‘프렌치 아페리티프 축제’는 프랑스 농수산부와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SOPEXA.소펙사)가 자국의 음식문화 소개를 위해 2004년부터 매년 6월 첫 번째 목요일을 ‘프렌치 아페리티프의 날’로 정해 자축하는 행사다. 다양성을 끌어 안는 아페리티프야말로 지역에 따라, 또는 계절별로 달라지는 프랑스 음식 문화를 소개하기에 가장 좋은 소재라는 이유.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탈리아나 아시아 퓨전 요리에 밀려 식문화의 주도적 위치를 잃어버린 프랑스가 서양요리의 지존 자리를 되찾기 위해 전가의 보도였던 도도함 대신 친숙함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결국 ‘어렵고 격식을 갖춰야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캐주얼한 음식부터 고급 음식까지 다양한 선택의 범위가 있는 게 프랑스 요리라는 점을 주지시키려는 것이 행사의 목적인 셈이다.
이날 행사에 소개된 아페레티프 요리는 야채튀김, 아몬드 크림이 들어간 슈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많았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친숙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본래 아페리티프는 중세의학에서 기원을 찾는다. 미각을 만족시키기 보다는 식전에 간단히 위를 자극함으로써 소화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을 돕는 치료가 주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울림을 위한 매개체다. 찰스 꾸앵트로 르 꼬르동 블루 한국 사장이 한마디 거든다. “아페리티프는 영국의 ‘티 타임(Tea break)’ 문화, 스페인의 ‘타파스 바(소량의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된 스페인식 음식점)’ 문화와 비슷해요. 사람들과 알게 되고 문화와 시사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프랑스 고유의 문화이지요.”
프랑스 식 사교문화에 방점이 찍혔으되 속내는 프랑스 음식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려는 시도 쯤으로 봐야 할까. 이날 시작된 축제는 타니, 에비뉴엘 타니, 파크, 얌 차이나 등 서울의 잘 나가는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을 비롯 7개 음식점에서 특별메뉴 행사로 6월 한달 동안 계속된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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