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프론티어(최첨단)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연구개발(R&D)을 지원합니다. 우리가 프론티어에서 물러나면 과학기술 자체의 미래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입니다.”
연 60억달러(약 5조5,000억원)의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지원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아든 비멘트(72) 총재는 14일 한국과학재단 창립 3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개척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과학을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험을 감내하지 않으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가 없다”며 “(가능성이 확인된) 안전한 연구만이 아니라 위험한 연구에도 5%의 예산을 할애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과학기술부가 따로 없는 대신 구체적 임무를 띤 연구개발은 각 부처가 맡고, 대학이 중심이 되는 기초 연구는 주로 과학재단과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하고 있다.
비멘트 총재는 “기초과학은 언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알 수 없어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순위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연구가 진행되는 중간시점에 평가를 하며, 평가자에게도 ‘기초과학은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교육시킨다”고 말했다.
‘되는 연구’만 하지 않는 것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발견을 낳는다는 뜻이어서 ‘선택과 집중’에 주력해 온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 전략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비멘트 총재는 “연구에서 처음 개념이 만들어진 후부터 실용적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과거에 20년이었다면 요즘은 10년, 짧으면 3~5년으로 단축돼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역시 이공계는 공부가 어렵고 보상이 적다는 기피현상이 적지않다. 과학재단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등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 비멘트 총재는 “과학 공학 수학에 대한 관심 높이기 위해 조기에, 초등학교나 심지어 유치원 이전에 과학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멘트 총재는 이어 “글로벌 환경에서 과학기술의 국제협력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미국도 단독 리더가 아닌 여러 리더 중 하나로 국제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이 어떤 산출물을 내놓을 것인가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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