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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남성 여러분~ 수다 떨며 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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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커버스토리 - "남성 여러분~ 수다 떨며 살자구요"

입력
2007.06.1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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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알립니다. 여러분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여러 기술들 아시죠. ‘재테크’ ‘시테크’ ‘헬스테크’ 등등 아닙니까. 그런데 최신 기술이 새로 나왔답니다. 좀 거시기 하지만 ‘수다테크’랍니다. 아줌마들 모여 앉아 쓸데없이 잡담이나 늘어놓는다고 핀잔하던 분들, 이젠 조심해야 겠어요. 수다 하나만 잘 떨어도 돈 벌고 승진하고 더벅머리 총각 장가가기 쉬워진답니다. 잘 떠들면 성공하는 시대, 뭐시냐 수다병법 권하는 사회 한번 보실랍니까.”

▲ 수다는 삶의 활력소

“처음 시작은 아줌마에 대한 연구였어요. 본래 독신남녀가 타깃이었는데 예상 밖에 전업주부의 이용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더군요. 그래서 주부들한테 물었죠. 삶에서 중요한 게 뭐냐고. 그랬더니 ‘수다’라는 대답이 많이 나오는 겁니다.”

최근 LG텔레콤은 ‘수다스폰서’를 ‘기분존(일정 절차에 따라 집안에서 쓰는 휴대전화 이용요금을 유선전화 수준으로 할인해 주는 서비스 메뉴)’ 서비스의 마케팅 컨셉트로 내세웠다. 요금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통화하라는 뜻에서다.

김대영 LG텔레콤 마케팅실 과장은 “‘수다스폰서’로 마케팅 컨셉트를 바꾼 이후 하루에 3,000~4,000명씩 기분존 서비스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주부들의 삶에 기쁨을 주는 수다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덕분이다.

▲ 수다속에 사업기회 있다

“우울하거나 외롭거나 안 좋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좋은 분들과의 교류 속에서 잠시나마 걱정거리를 잊게 해주는 휴식이 되거든요.”

지난 3월 오픈한 블로그 사이트 ‘미투데이(www.me2day.net)’에 올라 온 한 네티즌의 글이다. 미투데이, 플레이톡(www.playtalk.net) 등 한두 줄의 댓글 형식으로 참여하는 마이크로 블로그가 요즘 인기다.

기존 블로그가 관심 주제를 심도있게 파들어가는 반면 마이크로 블로그는 일상에서 느낀 소소한 것들을, 주변에 알리고 싶은 150자 내외 짧은 이야기들을 별 부담없이 올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마디로 ‘가벼움’과 ‘소통’이 공통 키워드. 오프라인의 수다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형태다.

마이크로 블로그 붐은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트위터(twitter.com)가 각광 받고 있다. 트위터는 전세계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같이 나누는 일종의 온라인 수다를 사업모델로 한다. 트위터는 지난 봄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이을 차세대 온라인 서비스로 지목, 수다가 엄청난 신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 수다는 멀티태스킹 화법이다

짤막한 대화를 이어가는 마이크로 블로그의 부상은 멀티태스킹(Multitaskingㆍ여러 작업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 시대라는 시대적 배경과도 맞물린다.

문자를 주고 받으며 인터넷을 하고, 동시에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현대인에게 멀티태스킹은 필수. 특히 수다는 다른 일을 보면서 이어갈 수 있는 멀티태스킹 대화법이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주제를 이어가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ㆍ문서 정보가 서로 넘나들며 비순차적으로 검색할 수 있게 구성돼 있는 것) 대화법이다.

아줌마들의 전유물에서 숨가쁘게 변화하는 정보통신기술의 세례를 받고 자라난 젊은이들의 소통매체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 수다, 방송 콘텐츠도 장악

요즘 TV 연예ㆍ오락 프로그램은 ‘맞아, 맞아’식의 구성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특별한 화제나 의미 있는 콘텐츠 없이도 프로그램은 승승장구한다. SBS TV의 <야심만만> 은 매 회마다 ‘연애할 때 이런 여자 꼭 있다’식의 일상적인 주제를 내세우고 패널들이 각자 자신의 경험을 한바탕 수다로 풀어내면서 재치와 순발력을 겨룬다.

이와 비슷하지만 출연자를 국내 거주 외국 여성으로 한정한 KBS 2TV <미녀들의 수다> 는 아예 프로그램 제목에 수다를 내걸고 그 자체를 상품화한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의 수다문화 혹은 수다에 대한 갑작스러운 관심을 “수다에 대한 인식이 소모적인 것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수다는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책이자 솔직함의 대명사이죠. 또 기존의 편견을 뒤엎음으로써 일상의 전복이라는 저항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고요. 다만, 수다의 외피가 워낙 가볍기 때문에 진지한 주제들을 희석하고 소비자들을 오도하는 수단으로 쓰일 위험도 있어요. 수다도 매력적인 상품이 된 시대이긴 하지만 그만큼 내용상의 견실함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인간은 수다를 만들었고 수다는 지금 세상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수다, 제대로만 떨면 당신도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 될 수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 "수다를 떨면 인생이 秀다" 4인의 예찬론

현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소통(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은 중요하지만 수다와 화술은 여전히 동일선상에 둘 수 없다는 당신. 그렇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설득력 있는 논리로 ‘수다의 재발견’을 주장하는 수다 마니아들의 이야기는 ‘경박하다’거나 ‘가볍다’는 말로 수다를 뭉뚱그려 설명하려는 세상의 편견을 한 방에 날려보낸다.

우선 여성학자 오한숙희씨. 수다 관련 책을 두 권이나 펴낸 원조 ‘수다 예찬론자’이다. 최근 수다의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그래 수다로 풀자> 를 썼던 1997년에는 여자가 자기표현을 하기 어려웠던 시기로 기억한다”면서 “지금은 자기표현과 소통의 문제가 여성문제를 넘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는 추세”라고 풀이했다. 2004년에 <수다가 사람 살려> 라는 책을 내놓기도 한 그는 “수다야 말로 내 인생의 해법”이라고 말한다.

“수다는 억압을 표출하는 통로로서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일일이 알지 못하고 삽니다. 그 중 일부는 원인도 모른 채 우울증을 앓기도 해요. 이렇게 모호한 상황일 때 수다는 위로와 격려, 경험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인생의 답을 얻는 거에요.”

결국 수다는 소통을 통해 감정을 해소하고 내면의 문제를 끌어내는 일종의 심리치료요법 역할까지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수다의 쌍방향성에 큰 의미를 뒀다. 상급자의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과 달리 수다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말하기라는 것이다.

지난달 <여자의 수다는 비즈니스다> 를 내놓은 국수경씨는 “체계적인 글쓰기나 말하기 교육이 턱없이 부족한 한국인에게 수다만큼 부담 없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법은 없다”고 수다의 장점을 설명했다. 흔히 수다는 ‘잡담’, 화술은 ‘테크닉’으로 설명하지만 사실은 일상적인 수다에 테크닉을 더하는 것이야말로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유용한 화술이 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

“흔히 대화는 ‘목적의식이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다는 ‘감성위주의 대화법’으로 구분하곤 하잖아요. 그렇다면 결국 수다라는 게 상대가 나의 목적의식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주는 대화의 연장선상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수다는 부담 없는 접근으로 타인에게 호감을 얻고 상대에게 진심을 전하는 원초적인 대화법인 동시에 재미있는 생활의 활력소라는 주장이다.

수다마니아들은 수다를 여성의 전유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한다. 6월 초 <토크쇼 화법> 을 펴낸 김일중 방송작가는 “남자도 수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남자들에게 ‘수다스럽다’는 말이 칭찬이 되는 시대가 왔다”고 남성 수다의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바야흐로 유머 있는 남자가 주목 받는 시대인 만큼 수다스럽다는 말은 ‘밝고 명랑하며 재기 넘친다’는 뜻이라는 것.

그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남자 개그맨들이 자유롭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떠드는 형식의 인기 TV프로그램 <무한도전> 을 예로 들었다. 남자 개그맨들이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이야기를 제약 없이 나누는 이런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나타내는 이유는 바로 남자들의 수다가 일상에 활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작가는 이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을 ‘챗쇼(Chat Show)’라는 용어로 규정하며 “이는 TV프로그램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즐거울 일을 찾기 힘든 요즘, 일부러라도 엔터테인먼트로서 수다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15년 간의 한국생활 경험을 담아 <한국, 수다로 풀다> 라는 책을 내놓은 방송인 이다 도시씨의 경우는 수다 덕분에 낯선 타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 <한국, 수다로 풀다> 는 한불 수교 120주년이었던 지난해 프랑스에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온 이다> 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을 한국말로 번역한 것이다.

그가 겪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소개서로 원제와 달리 한국에서는 ‘수다’라는 컨셉트가 추가됐다. “처음에 수다라는 컨셉트로 책을 발간하는 것을 망설였다”는 이다 도시씨는 “요즘 들어 한국인들의 수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프랑스인이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인데다 제가 본래 수다스러워서 미디어를 통해서도 그냥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보여줬던 건데 방송 초기에는 수다가 제 이미지에 다소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한국도 수다쟁이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치 프랑스의 살롱문화처럼.”

수다 덕분에 누구와든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는 그는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의 수다가 아이들 언어발달에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언어는 습관이잖아요. 수다쟁이 엄마랑 식사도, 산책도, 목욕도 함께 하다 보니 어느 새 ‘아이들이 말을 잘한다’ 소리를 듣고 있던데요.”(웃음)

■ 수다거리 찾기 노하우

수다도 화술이라는 말에 100% 공감한다면 이제는 소재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 한들 양질의 콘텐츠 없이는 의미가 없는 것처럼 토픽에 신경 쓰지 않고서 수다를 진정한 '감성토크(Talk)'로 승화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수다 달인들의 소재 찾기 노하우.

▲연예인 이야기에 대한 거부감을 버릴 것

연예인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의 나열과 그들과 관련된 각종 소문은 수다의 영원한 소재다. 더욱이 요즘은 연예인의 신변잡기와 관련된 내용이 방송 콘텐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연예인의 말 한마디가 콘텐츠 산업의 핵심 중 하나가 됐다. 알고 보면 연예인들도 모여서 다른 연예인에 관한 수다에 열을 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명함에서 찾은 정보를 놓치지 말 것

난생 처음 만난 낯선 상대와 수다를 이끌어 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해답은 상대방의 명함에 나와 있다. 그의 직장과 한 동네에 사는 지인에 관한 이야기, 그가 잘 알법한 지역 명소 등은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좋은 소재다. 명함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도 금세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 수 있게 해 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인간은 추억의 동물

'초등학교 때 유행했던 그 노래 뭐였지?' 식의 동시대의 추억에 관한 수다는 짧은 시간에 모임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 준다. 어린 시절의 음악, 영화, 장난감 등 모두가 공유하는 추억을 끄집어내 보자. 더욱이 모두 기억이 가물가물해 답답해 할 때 한 사람이 나서 궁금증을 해결해 주면 분위기는 확 달아 오른다.

▲날씨, 건강, 뉴스, 취미, 일, 가족, 친구, 음식이야기 순

특별한 수다 소재를 찾기 어렵다면 날씨부터 순서대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괜찮다. 특히 음식이야기, 그 중에서도 맛집 정보에 정통하면 인맥 관리에도 이점이 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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