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가 대북 동결자금을 마침내 송금함에 따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 회담 당사국들은 3개월 이상 이행이 미뤄졌던 2ㆍ13 합의가 지체 없이 실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국들의 관심사는 이제 송금 이후에 맞춰져 있다. 이들은 북한이 동결자금 송금을 BDA 문제의 해결로 수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간 북한은 BDA 동결 자금 해제를 통해 국제 금융 거래에서 정상적인 지위를 찾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번 송금은 미 시중 은행을 통한 이체가 아니라, 러시아 은행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은 불만을 지닐 수 있다. 물론 러시아 중국 등이 자금 송금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은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국들은 북미간 베를린 합의 내용이 BDA 문제의 해결이지 북한의 국제금융체제의 지위 문제가 아니며, 현재의 해법이 관련국들이 찾은 최상의 해법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송금 이체가 완료된 만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입국 등을 허용하면서 영변 핵 시설의 동결과 불능화 조치를 순차적으로 이행할 것을 북측에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힐 차관보가 몽골 방문직후 베이징과 서울, 도쿄를 잇따라 찾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하지만 BDA 자금 송금을 바라봤던 각국의 속내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측은 동결과정에서 이뤄졌던 BDA의 돈세탁 은행 지정, 중국은행(BOA)의 북한 자금 연루 의혹 등이 동결자금 해제를 계기로 함께 풀리기를 내심 원했기 때문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느낄 수 있다. 미국 역시 애국자법 등 관련 법률의 그물망을 피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점에서 국내정치적 부담을 적잖이 느끼고 있다.
관련국 당국자들은 14일 오후 BDA가 자금을 송금하기에 앞서 이미 문제의 해결을 기정사실화했다. 알렉산더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13일 "송금은 며칠 상관의 문제"라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아주 조만간' 송금이 끝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힐 차관보는 "내주 월요일(18일)까지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언급, 17일 전까지 송금이 완료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 역시 '며칠 내'라는 단어로 송금 완료의 임박성을 강조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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