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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의 삶과 경영이야기] (7) 전직원 간부회의 참석·실패사례 발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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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의 삶과 경영이야기] (7) 전직원 간부회의 참석·실패사례 발표대회

입력
2007.06.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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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형님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명의입니다.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조절해서 무병장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둘째 형님은 병의 조짐이 보이면 미리 대처해서 큰 병으로 발전하지 않게 합니다. 저는 그런 능력이 없기에 큰 병에 걸린 뒤에서야 치료에 나섭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저를 대단하게 여기지만 형님들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합니다.”

중국의 명의 화타가 한 이야기인데, 나는 이 글을 접할 때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곤 한다. CEO가 무엇인가. 조직을 늘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사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런데 문제는 화타의 형님들처럼 미리미리 단속해야 그나마 기업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일단 한번 병에 걸린 기업은 치명적 손실을 입음은 물론,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회생이 가능하다. 그나마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 회사 어디에 병마가 침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화타와 그 형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늘 등에 땀이 솟는다.

“망한 회사에 무엇하러 들어왔느냐?” 부임 당시 회사에 떠돌던 괴담(?) 가운데 하나다. 처음에는 나를 겨냥한 말인 줄 오해도 했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고참 간부들이 신입사원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지는 자조 섞인 인사말이라고 했다. ‘일은 적고 월급은 많아’ 재보험 직원들이 장안 최고의 신랑ㆍ신부감이라는 시니컬한 비아냥도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이런 기억도 있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할 겸 전 직원이 함께 북한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겨울이었지만 그리 높지도 않고 평소 서울시민에게 익숙한 산이기에 큰 부담은 없었다. 출발은 좋았다.

그런데 직원 몇 명과 정상에 올랐다 내려가 보니, 간부들이 산 밑 식당에 모여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게 아닌가. 모두들 얼굴이 불콰했다. 산에 오르는 시늉만 하고는 대열에서 벗어나 사장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술판을 벌인 것이다. 조직의 간부들이 말이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 새해 사업계획 보고 때의 일이다. 부서별 성장 목표치를 보니 적지 않은 부서가 0%였다. 1년도 안가서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회사사정이 엉망인데 현상유지가 목표라니, 어이가 없었다.

이어 부서별 보고 시간에 해상보험부가 “국내시장이 포화상태라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며 0% 성장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순간 꾹꾹 눌러온 화가 폭발했다. “그렇게 힘들면 현실과 타협할 것 없이 아예 부서를 없애 버리라”고 해상보험부에 일갈했다.

오랫동안 공기업으로,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지내온 탓에 조직 구석구석에 ‘무사안일’이란 질병이 침투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사람이 문제였다. 내 눈에는 모든 임직원들이 물속에 앉아 있는 개구리로 보였다. 솥 밑에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어 서서히 물이 데워지는 것을 모르고 하루하루를 태평하게 살아가는 개구리 말이다.

조직의 군살을 덜어내는 외형적 구조조정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기업문화를 통째로 바꾸는 과감한 체질개선이 시급했다. 나부터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뒤 따르지 않는 개구리는 과감하게 버리고 가기로 말이다.

등산과 축구, 저녁식사로 이어지는 신입사원 야외면접(각 대학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악명이 자자하다고 한다)에서부터 과장급 이상 연봉제 도입, 순환근무제 실시, 전 직원 간부회의 참석, 실패사례 발표대회, 전 직원 백두대간 종주훈련, 제로베이스 신상품 개발 등 소위 ‘박종원의 해병대식 압박경영’을 통한 기업문화 바꾸기 작전은 이렇게 해서 시작된다.

코리안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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