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울 석촌동에 사는 회사원 박모(37)씨는 최근 집 앞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 유리창에 ‘○○○ 휘발유 리터당 1,000원, 즉시 배달’이라고 쓰여진 전단지가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지 않아도 기름값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박씨는 ○○○ 휘발유를 주문했다. 70ℓ 연료통을 절반만 채운 뒤 지불은 돈은 3만5,000원. 주유소에 갔다면 6만원 정도는 줘야 했을 것이다. 박씨는 “유사 휘발유가 불법인 줄은 알지만 사실상 가격이 70%나 차이가 나는데 기름값을 아끼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2.서울 성수동의 주부 정모(35)씨는 유사 휘발유를 사용한 지 1년도 넘었다. 단골 고객이다보니 마일리지까지 적립해 줘 서른번(1회 20ℓ 주유 기준)에 한 번은 공짜 서비스도 받고 있다.
정씨는 “유사 휘발유와 주유소 휘발유의 품질에 그다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차량의 성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있지만 새차도 아닌 만큼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한 때 자취를 감췄던 유사 휘발유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자 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가격이 싼 유사 휘발유를 찾아 나선 것.
이 경우 정부의 세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소비자와 정부, 업계가 모두 공멸하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유사 휘발유 적발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3일 한국석유품질관리원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03년 1,497건이었던 유사 휘발유 적발건수가 2004년 3,987건, 2005년 6,691건에 이어 지난해엔 8,555건까지 급증했다.
유사 경유 적발 건수도 같은 기간 354건에서 599건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유사 석유제품 사용량이 커졌다는 반증이다.
다음달부터는 유사 휘발유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처벌(과태료 50만원)을 받게 돼 범법자를 양산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가격정보분석실장은 “단기적으로는 유가를 세금을 통해서 완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류에 부과되는 세금이 큰 것이 사실인 만큼 다른 세원을 포착해 인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유사 휘발유
공업용 연료로 비과세되는 용제(솔벤트ㆍ60%)에 석유화학 제품인 톨루엔(30%)과 메탄올(10%)을 섞어 만든 가짜 휘발유로 세녹스나 LP파워 등이 대표적이다. 육안으론 휘발유와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고 연료의 성능도 비슷하다. 제조원가는 휘발유 보다 비싸지만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판매가는 휘발유보다 훨씬 저렴하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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