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리더십 스타일을 연구중인 서울대 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정 회장을 '눌언민행(訥言敏行ㆍ말은 더디지만 행동은 민첩하다)의 경영자'로 평가한다.
이 관계자는 "정 회장과 친분 있는 인사들을 만나면 '말이 없지만, 일단 한 말은 철저히 책임지는 사람'으로 통한다"고 소개했다.
그런 정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경영의 화두로 '글로벌 경영의 안정화'를 제시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자서전 제목처럼 '도전', '확장' 이미지가 강한 현대ㆍ기아차가 '안정화'를 내세운 것은 이례적인데, 이는 그만큼 이 회사가 글로벌 경영전략에서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2007년은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경영이 분수령을 넘어서는 해다. 연간 생산 능력이 500만대를 넘어서고, 유럽 공장 가동에 따라 명실상부하게 '해가 지지 않는' 글로벌 체제가 갖춰지게 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2007년 중 인도, 터키, 중국, 슬로바키아 등 4개의 해외 공장이 새로 가동돼 2006년 109만대이던 해외 생산능력이 203만대로 두배 늘어난다.
국내(연산 300만대) 시설까지 합하면, 마침내 500만대 설비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내실 있는 질적 성장전략으로 전환하는 게 올해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중대 전환점에 서 있기는 한국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수송기계산업팀장은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견제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세계 자동차4강'으로 도약하려면 앞으로 3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또 "2010년에는 한ㆍ중 양국의 중소형차 부문 경쟁력이 비슷해지고, 2012년에는 열세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ㆍ소형 차량 위주의 포트폴리오 ▦낮은 브랜드 경쟁력 ▦전투적 노사관계 등 한국 자동차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3년내 해결하지 못하면 위기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구조적 문제 가운데 어떤 것부터 풀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노사관계"라고 말한다. 한국일보가 주요 증권사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한ㆍ중 양국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2004년 중국의 경쟁력은 한국의 75%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81.6% 수준까지 상승했다.
특히 노사관계는 오히려 중국이 한국의 120%로 경쟁력 우위 상태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응답자의 72%(2개 복수 응답)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최우선 과제로 '노사관계 안정'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브랜드 경쟁력(56%), 디자인 경쟁력(28%) 등의 순이었다. 한 관계자는 "극도로 경직된 노사관계 때문에 국내 자동차 현장 근로자 가운데 약 10분의1은 놀고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한국 자동차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노사관계 안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파업 당시 해외 경쟁업체들이 '현대차는 노사문제로 망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려 고전했다"며 "올해를 협력적 노사관계가 정착하는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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