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도 알아주는 국제금융전문가로 일본 무라카미 펀드에서 3,200억원을 유치해 월 50~100%의 수익을 올리는 전능하신 분이다. ”
올해 초 코스닥 등록사 루보 투자설명회 자리에서 목사 김모(55ㆍ구속)씨는 또 다른 김모(52ㆍ구속ㆍ전 JU그룹 부회장)씨를 ‘투자자를 위한 구세주’라고 소개했다. 김 목사는 이어 “이 분은 주식투자로 2개월 만에 5억원의 이익을 냈다”며 실제 증권계좌 내역을 공개했다.
검찰 관계자는 “목사 김씨가 김씨를 신격화해 참석자들을 현혹시켰다”며 “증거물까지 내놓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속았다”고 설명했다.
루보 주가조작 주범인 전 JU그룹 부회장 김씨와 목사 김씨 등 4명이 11일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2달여 만에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12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루보 사건은 주가조작 경력이 있는 형 김모(54ㆍ구속기소)씨와 다단계업체 JU그룹 부회장 출신인 동생 김씨의 합작품이다. 동생 김씨는 지난해 서울동부지검 수사로 사업이 중단된 JU그룹 조직을 주가조작에 적극 활용했다.
그는 JU그룹 고위사업자 정모씨 등 간부들을 끌어들여 자금 모집책, 조직책 등 역할을 주었다. 투자설명회 바람잡이였던 목사 김씨 역시 JU그룹 자문위원 출신이다. 주식거래 실무가 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가조작 전력이 있는 10여명을 ‘기술자’로 고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들은 전국을 돌며 수십 차례 투자설명회를 열어 자금을 모았다. 과거 JU사업자가 주요 타깃이었다. 이들은 투자를 원하는 사람에게서 일정금액을 입금한 증권계좌 아이디, 비밀번호, 공인인증서를 넘겨 받아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주가 띄우기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주가조작이 이뤄지면서 1주 1,200원대였던 루보 주가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4월 중순께는 4만원 후반대까지 치솟았다. 초기에는 100만원 단위 투자도 받았으나, 중반 이후부터는 1계좌 단위를 1,000만원으로 인상했다. 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유선 통신망에 연결해 쓰다가 IP추적 우려가 생기자 아예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연결, IP추적을 어렵게 했다.
도피 중 수사를 방해하는 대담성도 보였다. 투자자들에게 “검찰 전화는 서울 지역번호에 국번이 5번으로 시작하니 받지 말라”, “모든 투자는 본인이 했다고 진술하라”는 공지를 띄웠다. 루보 관련 인터넷 카페에 수사에 협조하는 투자자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자신들을 고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에 악성 댓글을 달기도 했다.
검찰은 9일 동생 김씨 등을 체포하면서 주가조작에 동원된 계좌 3,700개를 확보했다. 수사 초기 728개 계좌로 현금 1,500억원이 동원됐다고 알려진 것을 5배나 초과한 것이다.
검찰은 현재 이 계좌들에 대해 자금추적을 하고 있다. 검찰은 형 김씨가 폭력조직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J사 계좌를 주가조작에 활용한 사실도 확인, 조폭 자금이 유입됐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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