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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색깔있는 영화보기] '오! 마이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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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색깔있는 영화보기] '오! 마이 보스'

입력
2007.06.1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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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컷. 고다르가 <네 멋 대로 해라> 에서 처음으로 선 보인 이후, 점프컷은 영화 미학에서, 자의식 있는 감독들이 사랑하는 편집 기법의 하나가 되었다. <여고괴담> 에서 관객들 앞으로 턱턱 다가오는 듯한 귀신이 있는가 하면, <롤라런> 처럼 주인공이 뛰어 가는 느낌을 뼈 분지르듯이 뚝뚝 자른다. 그렇다면 아예 영화 전체가 전부 점프컷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어떨까?

새 덴마크 영화 <오! 마이 보스!> 는 점프컷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컷들의 천국'같은 영화다. 영화는 일반인들 보기에도 '나 편집하고 있어요' 라고 광고하는 듯, 영화 내내 편집의 솔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할리우드에서야 컷이 바뀌는 것을 눈치 못하게 하는 ‘불가시 편집’이 무슨 정칙처럼 되어 있는데, <오! 마이 보스!> 에서는 일부러 이를 깨 부수는 것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이를 위해 '오토마 비전'이라는 새로운 촬영-편집방법을 선택했다. 우선 몇 군데의 촬영에 적합한 장소를 지정하고 그 지점에 카메라를 고정 설치한 후, 촬영된 화면 중 일정 프레임을 선택, 컴퓨터를 통해 프로그램이 지정하는 가장 좋은 장면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감독이야 자신의 영화미학을 이 궁리 저 궁리하는 시험대가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관객입장에서는 계속되는 점프컷에 눈이 다 얼얼하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 때는 계속되는 핸드헬드로 영화가 끝나자 토할 것 같더니만.

한마디로 트리에는 장르적으로는 코미디이되, 무조건 관객들이 배꼽 잡는 그런 코미디는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다. 제목에 이미 느낌표가 2개나 들어가 있는 <오! 마이 보스!> 는 가짜 사장, 혹은 사장의 사장에 대한 코미디. 직원이 달랑 6명뿐인 덴마크의 한 조그마한 회사 사장 라운(피터 갠츨러)이,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연극배우를 사장으로 내세워 직원들과 좌충우돌 한다.

감독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목소리를 깔면서, " 이 영화는 코미디로, 무해하며 설교를 하지도 않을 테니 너무 긴장하지 마시라"며 예의 특유의 자의식을 슬며시 내보인다. 영화는 장르 영화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어떻게든 그것을 해체하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욕망에 시달리는 감독의 본심이 그대로 묻어난다.

늘 자신의 손과 발을 묶어 놓고, 그러니까 인공적인 촬영이나 녹음의 배제, 들고찍기 등으로 일체의 영화의 문학적 회화적 요소를 배제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라스 폰 트리에. 영화 속에서는 한 직원의 입을 통해 ' 도그마 영화는 인생과 비슷하다. 이해하긴 어렵지만 중요하다'고 토로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라스폰 트리에 본인의 심경은 아닐지.

그런데도 <오! 마이 보스!> 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미 누벨바그에서 다한 일을 새삼 반복하는 것 같은, 문학에서는 브레히트가 다 한 것 같은, 음악에서는 쇤베르크가 이미 일을 벌린 것 같은.. 뒷북 치는 느낌이 없지는 않다. 여전히 트리에는 고다르(누벨바그의 기수 감독)를 꿈꾼다.

영화평론가ㆍ대구사이버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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