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 이전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수 있다" (론스타) "마음대로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용인하지 않겠다"(금융감독 당국)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대주주인 론스타와 금융감독 당국이 미묘한 심리 게임을 하고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매각 차익을 극대화하면서도 국내 여론의 반발을 최소화해야 하는 반면, 감독 당국은 론스타의 '먹튀'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차단해야 한다.
론스타가 '애드벌룬' 띄우기로 여론의 동향을 살피자 감독 당국이 "어림없는 소리"라며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감독 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하도록 한 은행법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도 착수했다.
금융감독 당국 고위 관계자는 12일 "외환은행 인수의 적법성에 대한 법적 판단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론스타측이 일방적으로 지분을 팔고 나가는 것을 방관할 수만은 없다"며 "자격에 하자가 없는 새 대주주를 물색해 온다 해도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승인을 해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원 판결 이전이라도 투자 대상을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날 경우 매각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슬쩍 여론 떠보기에 나선 데 대한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하지만 사안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사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법적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금감위는 직권 취소를 통해 론스타가 보유한 64.6%의 외환은행 지분 중 10%가 넘는 54.6%를 6개월 내에 매각하도록 명령해야 한다.
론스타 측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자의적으로 지분을 처분하도록 놔두느냐, 아니면 6개월이라는 시간에 쫓겨 강제로 지분을 팔도록 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외환은행 매각'이라는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를 원하는 기관이 많기 때문에 매각 시한이 정해져 있다 해도 론스타가 헐값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어떤 선택을 하든 론스타가 상당한 차익을 남기게 될 소지가 크다"고 전망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심사 결과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10% 초과 지분에 대한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은행법에 따른 정기 심사지만,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세밀하게 심사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론스타 측이 지금까지 계속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지 않도록 관리를 해온 만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 측이 일괄 매각을 통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지분을 잘게 쪼개 시장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금융감독 당국이 저지할 법적 수단이 없을 뿐더러, 매각 가격의 하락으로 여론의 반발도 어느 정도 무마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권이 없는 여러 단순 투자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론스타측의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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