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머피 감독의 ‘러닝 위드 씨저스’(Running With Scissorsㆍ사진)는 세상을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그린 작품이다. 사람마다 ‘평범’이라는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거스틴 버로우스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이 작품에는 ‘독특한’ 보통 사람들이 등장한다. 버로우스는 불화가 끊이지 않는 가정에서 자랐다. 시인을 꿈꾸는 어머니는 성격 장애가 있고, 수학 교사인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다. 버로우스 자신도 지독한 결벽증이어서 부모가 준 동전을 물에 삶아서 보관한다. 그렇지만 그는 남들도 모두 그렇게 사는 줄 안다.
결국 부모의 이혼으로 버로우스는 다른 집에 입양되지만 그곳도 만만치 않다. 양어머니는 개 사료를 간식으로 먹고, 아이들은 괴상한 놀이를 즐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삶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소니콜럼비아픽처스에서 국내 출시한 DVD 타이틀에는 버로우스가 직접 등장하는 ‘어거스틴 버로우스의 자서전’이라는 부록이 있다. 그는 실제 삶이 영화와 다르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그는 가정 환경이 좋지않다 보니 어려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성격이 괴팍했다고 고백한다. 과거를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영화화에도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영화화를 허락한 이유는 한가지. 아무리 힘든 환경도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는 이들이 역경 극복의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자신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보며 웃고 즐겨도 좋다는 그의 담담한 고백이 힘찬 울림으로 다가오는 타이틀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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