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A정신병원이 허가 받은 병상은 총 540개. 그러나 입원환자는 정원의 2배 가까운 852명이다. 병실마다 환자들이 가득해 ‘수용소’를 방불케 한다. 의료진도 태부족이다. 규정상 정신과 전문의 15명이 근무해야 하지만, 3분의 1도 안 되는 4명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간호사도 66명이 병실을 지켜야 하나 실제 근무인원은 48명에 불과하다.
이러니 환자 입원수속과 관리가 잘될 리 없다. 입원 환자 중 보호의무자 동의가 없거나 전문의의 최초 진단이 누락된 입원 사례가 4건이나 됐다. 경남 B정신병원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병실 1개당 입원 정원이 10명이지만 그 4배가 넘는 43명의 환자가 들어차 있다.
국내 정신병원의 환자 인권보장 수준과 진료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복심 의원(열린우리당)에 따르면 복지부가 제출한 ‘민간정신의료기관 현지실사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13개 정신병원 모두가 법이 규정한 의료인력 확보 기준에 미달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50개 병상 이상 민간 정신병원 189곳을 예비 조사한 후 이 중 13곳을 골라 집중 현장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3곳 중 12곳이 정신과 전문의를 기준 만큼 확보하지 못했고, 4곳은 간호사 인력이 부족했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입원환자 60명당 전문의 1명을, 입원환자 13명당 간호사 1명을 두도록 했다. 허가 병상을 초과해 환자를 입원시킨 병원은 3곳이었고, 병실 1개당 환자 10명을 초과 수용해 법을 어긴 병원은 6곳이었다.
시설과 인력뿐 아니라 환자 관리도 엉망이었다. 8곳은 환자의 입원 지속심사 결과를 서면 통지하지 않았고, 2곳은 입원을 연장하면서도 보호자 동의를 얻지 않았으며, 12곳은 보호의무자에 대한 증빙서류를 비치하지 않았다. 정신병원들이 무리수를 둬가며 환자를 입원 시키는 것은 장기 입원을 해야 의료비 지원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복심 의원은 “상당수 정신병원이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정기적인 현장조사 등 환자들의 인권향상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