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에 국가에 강제 헌납된 정수장학회(당시 부일장학회)의 재산을 국고로 환수, 원 소유주의 유족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이 정부에서 검토되고 있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정수장학회의 재산을 원 소유주였던 고(故) 김지태씨 유족들에게 반환하기 위해 정수장학회의 교육부 설립허가를 취소,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당시 김씨가 국가에 헌납했으나 지금은 국방부 소유가 된 부산의 땅 3만여평의 경우 김씨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반환소송을 내면 재판 과정에서 국가가 소유권을 적극 주장하지 않는 방법으로 돌려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의 이 같은 방침은 노무현 대통령이 5일 국무회의에서 “정수장학회 재산 반환 방법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강탈된 정수장학회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정부는 한때 김씨 유족들에게 국가가 먼저 배상을 한 뒤 정수장학회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법도 고려했다. 그러나 국가에 헌납된 재산을 당시 5ㆍ16장학회가 부당하게 가져간 것인 만큼 이를 장학회 설립 과정상 법률적 하자로 판단, 설립허가 취소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반환과 관련된 검토를 마무리해 청와대에 보고했고 조만간 대통령 지시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문제 등 각종 까다로운 법률적 쟁점이 많아 반환 과정이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부일장학회 원 소유주였던 김씨는 1962년 문화방송 주식 100%와 부산일보 주식 100%, 부산 서면의 땅 10만여평을 국가에 강제 헌납했다. 그러나 이 재산은 곧 ‘5ㆍ16 장학회’로 넘어갔으며, 이후 장학회 명칭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딴 ‘정수장학회’로 바뀌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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