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셀은 7년간 이동식 저장 장치인 USB 드라이브 만을 고집해온 스토리지 전문업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USB 기반의 콘텐츠웨어 전문 제조업체로 부르는 게 맞다. 아이오셀은 국내 유통되는 USB 물량의 70% 이상, 전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올라있다. 비록 직원 수는 27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작지만 강한’ 회사다.
●위험하지만 과감한 창업
아이오셀 강병석 사장은 최고 인기 직장인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잠시 정보통신(IT) 관련 회사에 다니다 6개월간의 구상 끝에 2001년 6월 지인이 운영하는 공장 2층에 회사를 차렸다. 당시 창업 자금은 3억원. 시기적으로는 IT 거품이 한창 빠진 직후인 데다, 대기업까지 그만 두면서 차린 위험한 모험이었다.
그는 우선 세가지 창업 원칙을 세웠다. 대기업이 하고 있는 아이템은 배제할 것,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것, 현재 시장이 존재하거나 1년 이내에 판매가 가능한 것이었다.
당시 USB는 이런 기준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었다. 강 사장은 향후 성장성을 볼 때 USB가 창업에 가장 적합한 제품이라는 판단을 내린다. 과감하고 무모하기도 했던 결단은 주효 했다. IT제품의 이동성이 강조되면서 2002년 이후 USB 시장은 해마다 100% 가량씩 성장했고, 이를 응용한 제품 개발도 급속도로 이뤄졌다.
이런 응용 제품들은 예상대로 아이오셀의 부가가치를 한층 더 높였고 매출액도 매년 급상승했다. 창업 첫해 3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 아이오셀은 지난해에는 2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정도로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잡초 정신’도 짧은 시간 안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강 사장은 “삼성전자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스스로 개척해야 강해진다’는 생각에 애초부터 대기업에 기댈 마음을 먹지 않았고, 그 덕분에 기업 체질도 더 강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화가 경쟁력이다
아이오셀이 USB를 단순 저장장치로만 보았다면 오늘날의 아이오셀은 없었을 것이다. 부단한 연구개발과 변화를 추구하는 강 사장의 도전정신은 회사 발전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아이오셀은 USB 저장장치의 내부구조가 컴퓨터 구조와 동일하다는 것과 향후 USB 이동식 저장장치가 새로운 미디어로서 발전될 것이라는 시장 예측을 바탕으로 기능 다양화에 앞장섰다.
USB 저장장치가 새로운 미디어로 인식돼 성장하려면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이가 아닌 미들웨어 개념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 3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2004년 세계 최초로 ‘C2’라는 플랫폼을 내놓았다. C2는 USB 기반 저장장치가 인터넷과 상호 연동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이를 탑재한 USB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오셀은 꾸준한 제품개발을 통해 C2 기반 하에 안티바이러스 백신을 탑재한 ‘백신 드라이브’나 인터넷 전화 기능을 구현하는 ‘폰 드라이브’ 등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해 시장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아이오셀 문춘호 영업본부장은 “C2플랫폼을 탑재한 USB 저장장치는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및 콘텐츠가 하나로 결합되고, 인터넷과 연동한다는 측면에서 미디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아이오셀은 C2플랫폼을 이용하면 CD 위주인 음반시장도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병석 사장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음반으로도 시장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며 “문화콘텐츠 시장에도 커다란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계를 향해서
현재 아이오셀의 경쟁회사는 미국의 샌디스크가 만든 ‘U3’ 정도 뿐이다. 하지만 아이오셀의 C2는 샌디스크의 U3보다 앞서 만들어진 기술로, 세계 시장의 기술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오셀은 국내 성공에 그치지 않고 수출 판로를 적극 개척해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달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 아래 미국 유럽 일본 등 IT 강국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수출 비중을 강화해 이르면 4~5년 안에 연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 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C2플랫폼과 같은 콘텐츠웨어, 벤처캐피탈 등의 4개 회사를 수직 계열화해 유비쿼터스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회사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 '감성경영' 강조…아이오셀 강병석 사장
“명품 잡지를 보고, 공연이나 전람회도 자주 찾으세요. 회식 때는 와인도 즐기시고…”
휴대용 저장장치 전문업체 아이오셀의 강병석 사장이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문화와 예술 작품 감상 등을 통해 임직원들이 각자의 감성을 계발해 창의성을 제고하자는 게 강 사장이 직원들에게 당부하는 바다.
그는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명품 잡지와 문화 공연 등을 보면서 수준을 높여 놓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고기능, 고용량 제품 수요가 늘어 앞으로 USB 시장에서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이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향후 아이오셀이 출시하는 모든 제품은 기술적 성능 못지않게 디자인 또한 세계 일류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사장은 “이제 정보통신(IT) 분야도 감성이나 예술과 결합하는 시대가 왔다”며 “손가락만한 작은 제품을 만드는 우리 회사가 지난해부터 이노디자인 같은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의 디자인을 도입한 것도 IT 제품에 감성이 결합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산업이 초기에는 생산성과 품질을 강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디자인을 넘어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강 사장의 ‘감성경영’에 대한 지론이다.
새로 이전한 사무실도 그의 감성경영이 반영돼 있다. 대회의실과 복도, 일반 사무 공간 곳곳에 조각가인 부인의 조각 작품이 걸려 있다. 무의식 중에서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 사장의 의도가 계산된 인테리어다.
창업 7년차에 불과한 중소업체지만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나눠주는 ‘나눔경영’에도 모범을 보인다. 아이오셀은 이노디자인 및 GS칼텍스와 함께 ‘나눔’이란 별도 브랜드를 단 USB메모리 드라이브를 제작해 수익금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교육사업을 통한 사회 공헌도 계획중이다. 강 사장은 “매출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되면 200~300명 규모의 창업전문 대학을 만들어 실무 중심의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해 주고 싶다”며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는 사회 기여로 볼 수 있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인력을 기업이 흡수한다는 측면에서 기업과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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