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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근교 테스코매장 르포/ 英유통업계 '그린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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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근교 테스코매장 르포/ 英유통업계 '그린 혁명'

입력
2007.06.1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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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백을 재사용할 때마다 그린클럽카드 포인트가 쌓입니다.”

영국 런던 동쪽 외곽 벡톤 지역의 테스코 엑스트라 매장. 3,000여평 대형마트 매장에는 재활용 가방 사용을 유도하는 ‘그린클럽카드 포인트’제도 안내 표지판이 계산대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테스코는 고객이 공짜 비닐봉투 대신에 장바구니 등 재활용 가방을 사용하면 구매액 1파운드(약 1,800원)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기후변화 대응 등 친환경 프로젝트의 한 사례이다.

영국 유통업계에 ‘그린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영국 슈퍼마켓 업계 1,2위를 다투는 테스코와 세인즈베리는 올 4월 온실가스 감축 실천 대책을 내놓으며 ‘업계 최초’ 수식어 경쟁을 벌였다.

테스코는 온라인주문 상품 배송에 전기자동차를 본격 투입했다. 2년 전 전기자동차를 시범 도입해 실험 중인 세인즈베리에 선수를 친 것이다. 세인즈베리는 이에 맞서 매장에서 공짜 일회용 비닐 쇼핑백을 퇴출시켰고, 키친타올 화장지 등 티슈류 PB(자사브랜드) 상품도 재활용 또는 목재섬유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100% 바꿨다.

영국 유통업체들은 1980~90년대까지 최저가 상품과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 경쟁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경영 화두는 ‘친환경’으로 완전 변모했다.

물론 갈수록 엄격해진 환경규제 때문이다. 영국은 정부부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60% 감축을 목표로 세우는 등 지구온난화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선도적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의 푸들’이라는 별명이 붙은 토니 블레어 총리 정부도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만큼은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미국에 할말을 다했다.

영국 유통업계는 제조업보다 더욱 심각하게 지구 온난화에 부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국 전체의 이산화탄소 소비량은 6조5,900만톤인데, 이중 17%를 유통부문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리 리히 테스코 회장은 올 초“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기후변화 저지를 소비자들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기업들도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요 슈퍼 체인들까지도 녹색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매장에서 실행하고 있다. 유기농 제품의 비중을 강화하고, 매장에서 폐건전지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활용 장바구니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좀더 환경에 대해 엄격한 ‘포스트 교토의정서’ 논의가 본격화하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기후변화와의 싸움’의 승패 여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영국의 유통업계가 후발주자들에게 답안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비닐백에 익숙한 국내유통업체나 소비자들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런던=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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