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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CEO 모임 'KCMC'… 무슨 얘기 오고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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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CEO 모임 'KCMC'… 무슨 얘기 오고갔나

입력
2007.06.12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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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의 조선호텔 라일락룸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다름아닌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 행사로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다국적 기업에서 한국인 최고경영자를 배출하기가 쉽지 않은 터라 이날 모임은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취업을 꿈꾸는 국내 대학생들에게는 꿈의 자리다. 취업 관련 기관에서 매년 조사를 해보면 다국적 기업 선호도가 항상 상위권에 올라 있다.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미래 CEO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글로벌 역량을 갖춰라’고 조언한다.

KCMC 회장인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한국 대학생들의 부족한 글로벌 역량을 이렇게 비유했다. “한국 학생들이 미국에 가면 학교 관계자들이 세 번 놀란다. 첫 번째는 토플 점수가 너무 높다는 것에 놀라고, 두 번째는 그런 학생의 영어실력이 너무 낮아서 놀라고, 세 번째는 그런 영어실력으로 논문도 쓰고 학위를 따는 것에 놀란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CEO들도 글로벌 시대에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EO들은 다국적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다국적기업에서 원하는 수준의 언어 구사 능력이나 업무 능력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들은 글로벌 시대에 어학능력이 필수이며 이를 위해 대학교에서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유수 기업을 대상으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대학과 다국적 기업간 다양한 교류 활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종식 커민스코리아 사장은 “한국 학생들이 똑똑하고 융통성이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의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교육,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적인 교육이 뒷받침돼야 글로벌 인재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한국 엔지니어들은 기계가 필요하면 사지만 미국 엔지니어들은 조립해 만드는 능력을 키운다”는 사례를 들며 한국교육에 창의성이 부족함을 시사했다.

이강호 그런포스펌프코리아 사장은 “실무적으로 보면 대학 졸업생들이 사회진출에 필요한 준비가 미흡하다”며 “세계 지도를 놓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리더십을 대학생들이 갖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의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전에는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매국노로 통했고, 이런 시각이 현재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자인하우스의 이영혜 사장도 “다국적기업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단일 민족을 강조하면 (우리 경제가) 죽는 일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국적 기업의 CEO들은 한국의 기업환경이나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족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인데 IMD(국제경영개발원)나 WEF(세계경제포럼)의 경쟁력 보고서에서는 20위 밖으로 평가가 낮다”며 “우리나라가 경제적 위상과 달리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데 달리 보면 국내 기업 환경이나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여전히 미흡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말은 뛰어난 정보기술(IT)과 인적자원 등의 장점이 있는데도 ‘시장 환경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국제적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CEO는 다국적 기업의 관심추가 중국 쪽에 쏠리고 있음을 우려하면서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투자환경 개선과 국가 이미지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이지만 우리 경제에 진한 애정을 보였다.

이들 다국적기업 경영자들은 대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데 앞장 서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와 관련해 KCMC는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등 유수 대학과 연계를 통해 글로벌 리더를 배출하고 있으며 글로벌 인재 육성 프로그램 및 국내 중소기업 컨설팅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정부·학계·산업계와 공동으로 글로벌 리더십,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관한 세미나나 심포지엄을 개최할 방침이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법인 CEO들의 모임인 KCMC는 올해로 18돌을 맞는 데 GE, IBM, 네슬레, 도시바, B 브라운, BMW 등 전 산업에 걸쳐 120여명의 CEO가 활동하고 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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