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1일 경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고초를 겪었던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향해 “항상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박 전대표가 직접 공식 석상에서 ‘아버지의 과오’에 대해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인 2004년 8월 12일 김 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아버지 시절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데 대해 딸로서 사과말씀 드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사과 언급은 당초 연설문에는 없었는데 박 전 대표가 직접 넣었다고 한다.
박 전 대표가 ‘사과와 화해’를 경선 출마의 화두로 삼은 것은 한마디로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여러 강점에도 불구, 수도권과 30,40대 젊은 층 등에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이유가 그런 이미지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아버지 시대의 과오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대신 사과하는 모습으로 취약 층에 다가서려는 구상인 셈이다.
일각엔 올 1월 법원이 ‘사법 살인’이라 불렸던 인혁당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데 대해 침묵했다가 홍역을 치른 박 전 대표가 방어막을 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여의도 정가에 나돌았던 이른바 ‘박근혜 CD’에도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 전 대표 태도를 문제 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호남 정치세력과의 연대 내지 호남 민심 달래기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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