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창하는 모든 것은 그 주변에 요동을 일으킨다. 로마제국이 흥망성쇠 할 때도 제국의 변방에서부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21세기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것은 바로 중국이다.
창간 53주년을 맞은 한국일보사는 급팽창하는 중국이 인접국가에 어떤 연쇄적 파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들여다 보았다. 중국의 가공할 힘은 국경을 접한 도시와 마을에서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수년간 이들 지역에서 일어난 변화는 푸둥(浦東) 신시가지의 고층빌딩보다 훨씬 극적이다.
냉전시절 중국을 봉쇄하는 최전선 기지였고, 1958년 중국군과 대만군의 무력충돌까지 일어났던 대만 진먼(金門ㆍ금문)도. 중국의 푸젠(福建)성이 바다 넘어 보이는 이 곳은 군사도시가 아니라 어느덧 중국에 대한 수출과 관광객에 의존하는 교역요충지가 돼 있다. 대만의 민진당 정부는 소리 높이 독립을 외치고 있고, 토치카의 포구는 여전히 대륙을 향하고 있지만 진먼의 식당에는 마오쩌둥(毛澤東)을 존경하는 주인이 그의 초상화를 내걸고 있다.
과거 제국주의의 중국에 대한 침략 거점이었던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극동지방에선 거꾸로 정부 관리들이 중국의 지배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연해주와 중국의 무역량은 17억 달러로 전체의 40%를 점하게 됐다.
베트남-중국 접경지대(사진)에서도 거대한 역사의 반전이 일어났다. 윈남(雲南)성 쿤밍(昆明)시에서 출발하는 길은 기원전 , 베트남전쟁 때 호치민 루트의 출발점, 중국 베트남 전쟁 때 접전지를 거쳐 이제는 중국이 동남아에 진출하는 거점이 됐다.
<新중화시대, 21세기 그 변경을 가다> 는 중국을 보는 시야를 더욱 넓히고, 우리의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시리즈다. ‘중화(中華)’는 중국 중심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21세기 중국을 단적으로 웅변하는 말도 찾아보기 힘들다. 21세기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지배는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과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한 문화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청나라 말기 이후 150년 여 만에 아시아의 질서는 중국의 패권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마저 보인다. 新중화시대,>
우리의 대응은 아직도 냉전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인접국가이면서 미국과의 관계재정립에 몰두한 나머지 본격적인 전략도, 국민의 공감대도 없다.
서울대 외교학과 하용출 교수는 “우리나라는 너무 오랫동안 핵 문제에 대한 대책에 골몰해왔다”면서 “결과적으로 미국과 남북관계에만 너무나 치중하고, 중국 에 대한 종합적 고려를 하지 못하는 국가전략의 불모(不毛)화 현상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이어 “중국의 팽창을 현실로 인정하되, 역사적 경험과 국가이익을 감안한 단계별 전략을 설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이영섭 베이징특파원, 이태규, 이진희, 손재언, 왕태석, 원유헌, 홍인기, 최흥수, 박서강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