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등 보수 진영의 민주세력 무능ㆍ실패 주장을 공개 반박했다.
김 전 대통령이 그 동안 뒷편에서 범 여권 대통합 방향을 제시해온 데서 한 발 더 나가 보수 진영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정치 행보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9일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대성당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지금 일부에서는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6월 항쟁의 성과를 폄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언어도단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6월 항쟁은 독재의 출현 가능성에 최종적으로 종지부를 찍은 빛나는 업적이며 민주주의 확립의 결정판”이라며 “50년에 걸친 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세계가 공인하는 민주정치를 하는 것이 어떻게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아직도 민주주의를 백안시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나라당을 겨낭한 뒤 “지난 10년을 부인하는 반민주적 움직임에 대해 큰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 나가고, 남북화해와 통일을 외면하고 냉전적 대결을 지향하는 일부 세력에 대해 엄중한 감시 견제 설득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앞서 7일 한국일보 창간 53주년 특별 인터뷰에서도 “(민주세력 무능ㆍ실패론은) 현실에 대한 무지 아니면 악의에서 나온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6월 민주항쟁은 민주화투쟁의 백미이고 항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계승한 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라며 국민의 정부 당시 민주화, 남북관계 개선, 외환위기 극복 등 업적을 일일이 소개하고 참여정부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와 투명한 시장경제를 발전시켰다”고 긍정 평가했다.
9일 행사에는 6월 항쟁을 주도했던 함세웅 신부, 박형규 목사 등 개혁세력 원로들이 다수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범 여권과 친노세력, 개혁적 시민사회진영이 한 데 뭉쳐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단일한 대오를 형성, 연말 대선에 대비하라는 주문으로도 해석됐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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