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 EU, 환경유토피아 EU로 거듭난다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봄철 비가 내린다고 캠핑이나 골프를 취소하지 않는다. 거의 매일 소나기가 내린 뒤 곧 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4월에는 비가 좀체 내리지 않고 낮 최고기온이 8월 더위를 방불케 하는 28도까지 올랐다. 1830년대 이래 가장 더운 4월이었다.
같은 달 프랑스 북부는 예년보다 10도나 높은 20도 이상의 고온 현상이, 러시아 모스크바는 최근 30도를 넘는 폭염을 기록했다. 네덜란드는 알프스 빙하가 녹아내려 침수 위협을 받고 있다. 유럽 곳곳에서 관측되는 기후변화 현상이다.
EU는 다양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을 주도하고 있다. 창설 50주년을 맞은 EU에 대해 “단결력을 보여준 것은 기후변화 뿐”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EU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단합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EU는 지구기온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내 상승으로 억제한다는 기본 목표를 정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EU 국가들은 내년부터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평균 8%의 온실가스를 의무 감축해야 한다.
3월 브뤼셀 EU 정상회담에서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역내 온실가스 방출을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경우 최대 30%까지 감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독일은 EU와 합의한 대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1% 감축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는 40%를 줄이기로 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EU와 주요 8개국(G8)에 대해 과감한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내법을 만들어 2050년까지 60% 감축키로 했다. 프랑스도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토의정서의 효력은 2012년 만료되고 이후의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 조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EU는 자발적 감축을 선언하고 나섰다.
어떻게 줄이나
현재 EU 회원국은 27국이지만 2004년까지 15개 국이었다. EU는 가입시기에 따라 회원국의 온실가스 변화를 분석한다. 15국은 90년~2004년 32%의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온실가스는 0.9% 감축시켰다. 동구권을 포함한 25개국 감축 비율은 7.3%다. 동구권 국가의 배출시설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EU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각국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한다. 일부 국가에는 내년부터 2012년까지 할당량이 배정됐으며, 나머지 국가도 곧 배정된다.
EU는 또 ▦에너지 정책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국가 또는 기업이 감축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감축 의무량을 채우지 못한 다른 나라나 기업에 팔 수 있도록 한 제도) ▦교통 ▦국제적 합의 ▦기타 네 분야로 나눠 정책을 펴고 있다.
에너지 부문은 2020년까지 효율을 20%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이 기간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EU 소비 전체 에너지의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배출권 거래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청정개발체제(CDM)에서 발생한 배출권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2005년부터 1만2,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중이다. EU는 각 회원국이 추진하는 정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10년께 교토의정서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결해야 할 숙제
EU 안팎에서 온실가스 감축 실행방안을 놓고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EU가 감축분량(2005~2007년분)을 과다하게 할당했다고 반발했다. 헝가리 체코 에스토니아 등은 자국의 할당량(2008~2012)을 놓고 EU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EU는 또 자동차 CO2 배출량 감소를 놓고 독일, 유럽자동차제조자협회(EAMA)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EU는 2012년까지 신차의 CO2 배출량을 130㎍/m로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EAMA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유럽자동차 산업이 큰 타격을 입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말 EU의 모든 국제선 항공기를 유럽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편입하기 위한 법안을 유럽의회에 제출했다. 항공부문의 온실가스 할당량을 정해놓고 이를 초과한 국가(회사)에 대해 벌금을 물게 하고, 기준 배출량 미만인 국가(회사)는 배출권을 판매토록 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그러나 “유류 등에 부과한 다양한 세금이 있는데 배출가스에도 세금을 부과하면 이중과세”라고 반대하고 있다.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EU 역외 국가들도 반대하고 있다. EU는 또 해운분야에서도 배출권 거래제를 적용키로 하고 법안을 마련 중이다.
EU 집행부 환경총국 윌겐 르페브르씨는 “EU는 지구온난화 예방을 위해 배출권 거래제, 재생에너지 보급 등 35개의 구체적인 정책을 시행중”이라며 “현 추세라면 EU는 무난히 교토의정서 목표(90년 대비 평균 8%)를 달성하고, 교토 체제 이후에도 독자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환경재단 공동기획
브뤼셀=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 환경칼럼/ 일류상품이 서말이라도 환경친화적이어야 '보배'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의 감축과 저감 활동이 글로벌 기업의 친환경경영 주요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도요타 자동차는 2006년 발표된 ‘제4차 환경대책플랜’에서 에너지와 지구온난화 대응을 첫번째 과제로 삼고 친환경 자동차인 하이브리드카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GE, 소니, 듀폰, IBM, 나이키, GM, 월마트 등 기업들도 CO2 배출 감축 목표를 선언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1위 금융기업인 씨티그룹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대체 에너지, 청정 기술, 탄소배출 감축활동 등에 향후 10년간 약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업종을 불문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CO2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경영을 전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2005년 발효된 교토의정서가 가장 큰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특히 일본 및 유럽 기업의 경우 선진국을 대상으로 시작되는 교토의정서 제1차 감축기간이 바로 내년인 2008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미국도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교토의정서에 불참하고 있지만 최근 정책 전환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두번째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도를 기업 평가 잣대로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관투자기관으로 구성된 탄소공개 프로젝트(CDP :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한 예이다. CDP는 매년 기업의 기후변화 및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평가하고 평가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주요 투자기관들이 기업 투자평가 정보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세번째는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에 보다 선응적으로 대응하여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기업의 전략이다. GE는 ‘에코매지니이션(Ecomagination)’이라는 친환경경영 전략을 통해 2005년 한해 동안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101억 달러의 환경관련 매출을 올렸으며 청정기술과 에너지 효율화 기술이 향후 GE를 이끄는 핵심사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포스트 교토체제 협상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압력이 거세질 전망인 가운데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대응책 마련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미비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3월부터 한국일보와 환경재단이 공동으로 전개한 ‘STOP, CO2 ! - 친환경이 경쟁력이다’ 캠페인이 단순히 캠페인으로 그치지 않고 기업의 친환경경영 핵심과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갭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단계적이고 세부적인 실천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위기 요인을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면 환경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만족시켜 기업 경쟁력도 제고하고 지구환경 보전도 기여하는 친환경 기업,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종식 삼성지구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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