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에 사는 A(73)씨는 남편과 사별 후 알코올질환자인 큰 아들 B(55)씨에게서 20년 가까이 언어폭력과 상습 구타를 당했다. 재산을 빨리 상속해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가 일부 토지를 넘겨줬는데도 B씨의 폭행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 1월 소주 3병을 마신 B씨는 흉기까지 휘둘러 A씨에게 3주간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 참다 못한 A씨 막내아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B씨의 기나긴 패륜은 막을 내렸다.
노인학대가 크게 늘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접수사례는 2,274건으로 2005년(2,038건)보다 11.6%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언어ㆍ정서적 학대가 42.3%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방임(22.2%), 신체적 학대(20.9%), 재정적 학대(11.3%) 등의 순이었다.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초고령 노인의 피해가 특히 많아 전체 피해 노인 2,274명 중 359명(17.5%)이 85세 이상이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85세 이상이 5.7%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초고령 피해 노인의 52%가 고령의 자녀에게서 방임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노인학대 행위자는 아들이 55.5%로 가장 많았고, 며느리(11.8%), 딸(10.4%)이 뒤를 이었다. 배우자(7.3%)의 학대도 만만치 않았다. 남편 C(72)씨와 이혼 후 재결합했던 경기 포천시 D(73)씨의 피해 사례가 대표적이다.
C씨는 장도리로 머리를 때리거나 목에 끈을 씌워 잡아당기는 등 부인 D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일삼았다. 2남2녀 자식들도 C씨의 학대를 막지 못했다. 견디다 못한 D씨는 별거와 함께 소송을 준비했고, C씨가 생활비를 계속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혼 합의에 응하면서 폭력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노인학대의 주원인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갈등(31.3%) 등 가족간 다툼이었다. 부양에 따른 부담과 스트레스(11.6%), 재산관련 갈등(6.8%)도 상당했다.
가족간 갈등 탓에 노인 스스로 학대를 꾸며낸 경우도 있었다. 충남 공주시 E(88)씨는 슬하에 5남매를 두고도 컨테이너박스에서 혼자 살다가 지역 노인학대예방센터에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조사결과 E씨는 고부간 갈등 끝에 며느리가 준 음식을 몰래 버리는 등 스스로 학대를 부풀려 집을 나온 자기 방임 사례로 드러났다.
경기북부 노인학대예방센터 어대훈 실장은 “노인학대의 경우 일방적인 가해자나 피해자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가족간 갈등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학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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