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은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영업력이 월등한 거대 은행들과의 경쟁도 한번 해볼 만 하다고 자신한다.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정의가 기존의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바뀜에 따라 다양한 투자상품의 기획, 운용, 판매가 가능해지고 이 같은 변화는 자본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법안이 통과하면 우선 파생상품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에는 주가연계증권(ELS)처럼 금융상품이나 실물자산과 연계된 상품만 허용됐지만 자통법이 시행되면 계량화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이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될 수 있어 상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대형 야외공연을 준비하는 연예기획사의 사장이라면 우천으로 인해 공연이 취소될 경우에 대비해 강수확률을 대상으로 한 파생상품을 사들여 손실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허리케인과 같은 재난 발생 확률을 사고파는 상품도 나타날 수 있다.
펀드의 종류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에는 펀드의 투자대상이 증권, 선물, 부동산, 실물자산, 광업권, 어업권 등 법에서 정하는 세부적인 항목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재산 가치가 있는 모든 자산으로 확대된다. 이밖에도 펀드의 자산별 투자비중 제한도 폐지돼 돈이 될만한 곳이면 어디든 투자하는 펀드도 출시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투자상품의 다양화가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늘어난 투자상품 시장이 해외에서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한 선진 투자은행들의 몫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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