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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앵무새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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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앵무새 죽이기

입력
2007.06.1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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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하퍼 리 / 문예출판사편견과 아집 버리고 他者의 입장에 서라

2003년 6월 11일 할리우드의 호남 배우 그레고리 펙이 87세로 작고했다. ‘로마의 휴일’(1953)에서 오드리 헵번의 빛나는 청순함도 상대역의 그레고리 펙이 아니었다면 빛이 덜했을 것이다.

‘천국의 열쇠’ ‘백경’ ‘나바론’ 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한 그는 생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1962)을 꼽았다.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흑인을 변호하는 변호사 핀치 역으로 열연한 그는 이 영화로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은 여성작가 넬 하퍼 리(81)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 (1960)가 원작이다. 1930년대 미국 남부 소도시를 배경으로 뿌리깊은 흑백 인종차별 문제를 핀치의 딸 진 루이즈의 시각에서 서술한 빼어난 성장소설이다.

작가는 인종문제에서 나아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참말로 이해할 수 없다”는 핀치의 말로써 타자(他者)에 대한 인식과 관용이라는 보편적 문제를 제기한다. 소설 제목의 앵무새는 해를 끼치지 않는데도 다른 사람들의 편견과 아집 때문에 고통받고 목숨을 잃는 유색인종이나 소외된 사람들의 상징이다.

<앵무새 죽이기> 는 출간 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미권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바꿔놓는데 이바지한 책’으로 꼽히기도 했다.

2001년에는 시카고 시가 펼친 독서캠페인 ‘하나의 책, 하나의 시카고’의 대상으로 선정돼 다시 화제였다. 넬 하퍼 리는 1961년 이 소설로 퓰리처상을 받았는데, 이후 단 한 편의 작품도 발표하지 않았다. <폭풍의 언덕> 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처럼 성공한 처녀작이자 유작이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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