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8일 발언에 대해 상당수 헌법학자들은 "법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해당 조항은 위헌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 인사들은 특히 노 대통령이 "세계에 유례 없는 위선적인 제도"라며 선거법을 경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대통령이 헌법 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숭실대 강경근 교수는 "국가공무원법에서 허용한 대통령의 정치활동은 65조에서 명시한 정당 가입, 투표ㆍ서명운동 권유 등으로 국한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선거운동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청와대 법무 참모들이 조문을 잘못 해석했거나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장영수 교수는 "선거법 86조는 '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지방의회 의원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되 대통령이나 장관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같은 정무직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영향력에 따라 차등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설령 공무원법이 정치활동을 허용했다고 하더라도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선거법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못박았다.
장 교수는 이어 "대통령이 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먼저 법을 개정한 후 참여정부평가포럼에서와 같은 발언을 했어야 한다. 문제되는 발언을 하고 나서 뒤늦게 선거법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윤상일 공보이사는 "공무원법과 선거법은 법의 취지가 다르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하면 곤란하다"며 "대통령도 대통령이기 전에 국민이고 더구나 국민이 뽑은 공복인 만큼 법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하창우 회장도 "2004년 탄핵심판 사건 때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 선거를 총체적으로 책임질 지위에 있다'고 판시했었다. 대통령이 정치활동을 할 수 있지만 선거 때에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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