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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前백악관 NSC 아시아담당 보좌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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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前백악관 NSC 아시아담당 보좌관 인터뷰

입력
2007.06.0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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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말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으로 일했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그의 연구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한국의 저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의 주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더라도 북한이 충족시켜야 하는 일정한 조건을 내걸고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차 교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임기 내에는 북한 핵 폐기가 아닌 핵동결 및 불능화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_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 부대표로 북한과 협상할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그들은 뛰어나고 노련하며 오랜 기간 대미 협상만을 해온 진짜 전문가들이다. 어려움은 매번 협상 때 마다 그들이 어느 정도 협상 전권을 갖고 있는지가 전혀 분명치 않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은 속도를 내야 할 때 우리를 좌절하게 한다.”

_북한이 핵 폐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부시 미 행정부는 그런 ‘잘못된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이 결단하면 미국은 훨씬 빨리 움직일 수 있다. 미국은 의심하면서 북한에 대한 시험을 계속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하더라도 北 비핵화 여부와 보조 맞춰야

_한국에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개국 정상회담 필요성이 거론된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 실현 가능한 목표는 무엇인가.

“한국에는 잘못된 해석도 있지만 북핵 폐기 로드맵은 매우 분명하다. 9ㆍ19 공동성명 원리는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기 시작해야 북미 관계 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최종 결론은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야 도출될 수 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는 상상하기 매우 어렵다. 북핵 2ㆍ13합의의 초기 조치들이 이행돼야 6개국 외무장관 회담이 열려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음도 명백하다.”

_그러면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 북미 관계정상화는 불가능한가.

“모르겠다. 부시 대통령 임기 내 가능, 불가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비핵화를 수용하면 모든 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북한이 원하는 데에 따라 빠르게도, 느리게도 갈 수 있다.”

_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 동결만으로 만족하려는 것 아닌가.

“우리는 최소한 핵 시설 동결에 이은 불능화를 원하지만 동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비판은 맞지 않다. 가동중단과 불능화가 부시 행정부가 얻을 수 있는 전부라고 하더라도 북한이 플루토늄을 더 이상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이전의 어느 행정부 보다 많은 것을 얻는 것이다.”

_빌 클린턴 전 행정부 시절에도 영변 원자로를 동결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불능화는 단순한 동결의 의미를 넘어선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제네바 기본합의의 동결은 북한이 봉인을 파괴하고 카메라 작동을 정지하면 언제든 깨질 수 있다. 불능화는 원자로의 핵심 부품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래서 2ㆍ13합의에서 불능화가 나온 것이며 그것은 부시 행정부의 최소한의 목표다.”

韓-美 불협화음 빈번했지만 지난 5년의 결과는 좋아

_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6자회담이 다시 파탄에 빠졌을 때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1695호와 1718호는 여전히 유효하며 6자회담이 파탄에 빠지면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다음 조치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분명 미국에게 어려울 것임에 틀림없다.”

_민주당이 내년 미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북 정책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는가.

“그렇지 않다. 부시 행정부 정책은 민주, 공화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 참석차 미국에 왔을 때 매들린 올브라이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들은 ‘이번이 환상적 기회’라며 민주당 정부의 탄생을 기다리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을 들었다.”

_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

(BDA) 문제 때문에 미 국무부와 재무부의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렀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조정능력 부재도 그 이유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한 비판은 부당하다. 우선 두 부처가 싸움을 벌이고 있지 않다. BDA문제는 기본적으로 재무부 소관으로 그들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무부는 재무부에 정치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는 있다.

백악관 NSC는 6자회담의 전체 맥락에서 양 부처 입장의 이해득실을 따져 부시 대통령에게 매우 분명한 자문을 했기 때문에 조정능력이 없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

_전 백악관 참모 입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 정책을 평가해 달라.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노 대통령과의 관계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언론은 항상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지만 미국은 노 대통령과 함께 많은 것을 이뤘다.

한국군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파병이 있었고 주한미군 재배치 협상도 마무리돼가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불협화음’도 빈번했지만 지난 5년의 결과는 좋았다고 본다. 이견이 가장 심했던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최근 한국이 대북 쌀 지원을 유보하는 등 입장이 일치하고 있다.

지적하고 싶은 교훈은 한미간 이견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_남북 정상회담의 시기는 언제가 적절하다고 보는지 미국이 생각하는 기준이 있는가.

“미국은 남북 화해를 방해하고 싶지 않지만 한반도 최우선 순위가 비핵화에 있음은 모두 인정한다.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 시기는 비핵화 달성 노력에 보조를 맞추기를 미국은 바라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지도자가 북한에 ‘자신을 싸게 팔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상회담의 기준을 높게 설정, 북한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_한미 FTA의 경제 외적인 의미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한미 FTA에 반대하던 많은 사람들도 생각을 바꾸고 있고 여기에 나쁜 측면은 없다. 한미 FTA는 한미의 전반적 관계를 한단계 격상시켜주고 있다. 미국은 선별해서 FTA를 체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호주 관계는 밀접했지만 FTA로 또 다른 단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한미 FTA협상 과정에서 NSC의 데니스 와일더 보좌관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_노 대통령 퇴임 이전에 한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그 시기는.

“6월에 하기는 이미 너무 늦었고 부시 대통령의 가을 일정도 매우 빡빡하다. 정상회담 자체는 좋은 일이며 하게 되면 임기 동안 한미 관계에서 이뤄낸 일들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부시 대통령의 가을 일정이 워낙 바빠서 일정 조정을 위해선 해결돼야 할 것이 많다.”

현장 사령관이 편안함 느껴야 美軍 전작권 이양도 가능할 것

_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 한국인들은 미군의 한반도 밖에서의 분쟁 개입에 우려를 갖고 있다.

“아직 그런 얘기 하는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 그 문제는 오래 전에 해결됐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핵심적인 것은 한미는 조약에 의한 동맹이고 그것은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적 관계라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준수해야 하지만 한국도 미국에 대한 공동방위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전략적 유연성의 내용은 미래의 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_2012년에 한국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키로 한 계획에 변수가 있겠는가.

“계획 입안자는 완료시점을 알지 못하고는 계획을 짤 수가 없기 때문에 2012년 4월이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구체적 시기는 주변 조건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이 말한 대로 현장의 미군 사령관들이 편안함을 느껴야 전시작전권 이양이 이뤄질 것이다.

_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변수가 될 수 있는가.

“확실치 않다. 그야말로 상황에 달려 있다. 이양시점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시점도 중요하지만 상황조건도 중요하다.”

■ 빅터 차 교수는 베를린 북미접촉 주도한 실용주의적 협상파

한국계 미국인인 빅터 차(46) 미 조지타운대 교수(국제관계 및 정부학)는 당초 북핵 문제 등에 관해 보수 강경에 속하는 시각을 갖고 있었던 평가된다.

그러나 그는 2004년12월부터 지난 4월말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실용주의적 협상파로 다시 자리매김했다.

특히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 부대표였던 그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 호흡을 맞추면서 실용적 입장을 더욱 강화했다. 차 교수는 북핵 2ㆍ13합의의 출발점이 됐던 베를린 북미 양자접촉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지타운대학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4월말 학교에 복귀해 가을 학기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 차 교수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와 컬럼비아대에서 각각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 및 논문으로는 '핵무장한 북한' '한미일 삼각 안보' 등이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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