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시아오뻬이 지음ㆍ김지연 옮김 / 은행나무 발행ㆍ42쪽ㆍ8,000원
풀밭을 산책하던 보배와 강아지 구슬이. 어디선가 “집에 가고 싶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쫑긋 귀를 기울여보니 길 잃은 아기고래 한 마리가 풀밭에서 울상을 하고 있다. 전화도 없고 아기고래의 집도 알 수 없어 난감하긴 하지만 엄마를 찾아줄 좋은 방법은 없을까. 정성스럽게 ‘엄마고래 보세요’ 라고 쓴 연을 띄우자 갈매기 한 마리가 이를 덥썩 물어간다. “엄마가 편지를 받았을까?” 간질간질 바람이 춤추는 풀밭에 누워 둥둥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다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늘을 떠다니던 구름이 엄마고래로 변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어오자 풀밭은 이내 바다로 변하고 보배와 구슬이는 엄마고래와 아기고래를 따라 바닷속 여행을 떠난다. 바다가 너무 깊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금물. ‘나는 보배인어!’ ‘나는 구슬이 물고기!’ 라고 상상력을 발휘하자 환상적인 바다세계가 펼쳐진다.
어린시절 자주했던 상상력 놀이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각시인척 신랑인척 엄마인양 아빠인양 놀았던 소꿉장난이나, 이들처럼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이 구름은 자동차, 저 구름은 비행기, 그 구름은 물고기 하던 구름놀이 모두 이 같은 상상력 놀이 아니던가.
아기고래가 어떻게 풀밭에 올라갈 수 있었을까. 엄마고래가 어떻게 이 새로운 친구들을 초원으로 되돌려보냈을까. 이런 식의 질문에 엄마아빠의 준비된 정답 대신 아이에게 ‘상상해보렴’ 하고 궁금증을 유도한다면 아이들의 책 읽는 재미가 두배는 더해질 것 같다. 1999년 대만 신이아동문학상 그림책부문 수상작.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작가의 목탄화풍 그림이 친근감을 더한다. 3세 이상.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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