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이 금지된 미국산 갈비가 버젓이 들어오더니, 수출 검역을 받지 않은 미국 내수용 쇠고기가 수입되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이르면 9월께 수입위생조건을 새로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립서비스’까지 한 터여서 정부로선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더 황당한 것은 최근 미국이 보인 태도다. 내수용 쇠고기가 어떻게 해외로 수출됐는지에 대한 초기 조사결과를 전하면서 미국은 문제의 쇠고기를 생산한 카길과 타이슨사에 대한 수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두 회사는 내수용 쇠고기의 수출 사실을 몰랐고, 미국 관리와 수출입관리업체의 ‘인간적 실수’일 뿐이니 봐달라는 말인데,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스템의 문제를 동반하지 않는 온전한 인간적 실수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내수용 쇠고기에 수출검역증이 발급된 경위를 아직도 조사하고 있다. 농림부 표현대로 ‘두 회사의 관련성에 대한 사실관계의 명확한 규명’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연령 제한 없이, 뼈까지 포함한 미국 내수용 쇠고기가 또 다시 ‘인간적 실수’를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미 의원들의 압박도 점입가경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연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한국의 쇠고기 수입 의지가 의심스럽다”,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등의 잇따른 경고를 자국내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정치인의 속성이라고 받아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FTA 협상 타결 이후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합리적 절차와 기간’이라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요즘 상황을 보면 미국과 한국 중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지 모르겠다. 미국이 합리적(合理的)인 것과 합미국적(合美國的)인 것을 혼동하는 건 아닐까.
진성훈 경제부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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